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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8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컵 축구대회 결승에서 중국과 일본이 대결할 때 중국 청년들 사이에선 사상 최악의 반일감정이 폭발했다. 그러나 이런 ‘민족주의’적인 감정 폭발은 다른 대상을 향한 표출 통로가 모두 차단됐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베이징/AFP 연합 네티즌 반일감정 폭발 “일본=요괴” 시끌
‘환구시보’ 3주동안 민족주의 시리즈 실어
온화하고 이성·개방적인 민족주의 촉구 중국 인터넷의 한 모서리에선 최근 ‘요괴 사냥’이 한창이다. 문제는 네티즌들 사이에 과연 누가 요괴인지 서로 동의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 ‘요괴 사냥’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가자면 지난해 아시아컵 축구대회 결승전에서 중국과 일본이 맞붙었을 때 중국 청년들 사이에서 극단적인 반일감정이 터져나왔던 시기까지 갈 수 있다. 이 즈음 인터넷 필자 아이신이란 이는 ‘중국보도’ 등의 인터넷 사설 토론방에 ‘우리는 일본을 요괴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 글의 요점은 미국이 중국을 요괴로 만들고 있듯, 중국의 매체와 방송, 영화 등 대중문화, 특히 네티즌들의 시각이 일본을 싸잡아 요괴로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의 텔레비전 연속극과 영화, 매체에서 묘사되는 일본인은 모두 마음이 협소하고 안목이 짧은 것으로 묘사된다”며 “이런 대중문화의 영향으로 네티즌 사이에서는 더 극단적인 주장이 증폭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가령 일본과의 관계를 다루는 인터넷 토론방에선 매우 쉽게 “일본인은 다 죽여야 한다” “일본 민족은 지구상에서 존재할 가치가 없다”라든가 “내가 가장 바라는 것은 일본을 침략해 전쟁범죄자가 한 번 돼 보는 것”이라는 식의 극단적인 표현이 넘쳐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이 중국을 요괴로 만들어 중국 인민의 반감을 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국 또한 일본 인민의 격렬한 반감을 사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중국이 일본을 요괴로 만드는 이유에 대해 “이성을 잃었기 때문”이며, “더 두려운 것은 지금 중국이 타락으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썼다. 그는 “중-일 교류의 황금시기인 80년대에 일본은 적지않은 새로운 사상과 문화를 중국 안에 전달해주었다”며 양국 교류의 긍정적인 면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글은 몇몇 동조자들에 의해 중국 내 사설 토론방 여러 곳을 돌며 공개됐으나, 절대 다수의 압도적인 중국 네티즌들은 이 글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중국교육논단’에 글을 올린 한 네티즌은 “일본 자체가 요괴”라고 썼고, ‘시루논단’의 한 네티즌은 “일본의 침략 역사와 만행을 생각할 때 미국이 중국을 요괴로 만드는 일과 중국이 일본에 대한 태도를 동일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인터넷 논의의 속성으로 인해 날것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 격앙된 논의 속에서 약간의 ‘교통정리’를 진행한 글이 발표됐다. 린즈보 〈인민일보〉 논설위원이 〈환추스바오〉(환구시보) 지난달 19일자에 발표한 ‘민족주의를 요괴로 만들지 말라’는 글이 그것이다. 그는 “최근 온갖 매체와 대학 강단에서 민족주의에 대한 비판이 충만하다”며 “민족주의가 몇몇 사람들에 의해 맹수나 요괴, 마귀처럼 묘사되고 있지만 나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민족주의는 일종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사상의식과 정신역량”이라고 전제한 뒤 “이를 통해 민족의 자존심과 민족의 자신감, 민족의식과 국가의식, 민족역량을 강화하고 동원해 응집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족주의에는 약소국의 민족주의와 강대국의 민족주의 두 가지가 있으며, 후자는 공격성을 띨 수 있지만 전자는 방어적·저항적인 것이기에 정당성을 지닌다고 말한다. 중국은 물론 전자에 속하기 때문에 도의에 어긋나지 않는다.
그의 논리 가운데 핵심적인 내용은 “인권이 국가주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서방의 논리는 중국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오늘날 “민족국가와 주권국가는 기본적인 생존단위”이므로 “국가의 주권과 독립을 보위하는 것은 각 국가의 지고의 준칙”이라는 것이다. 이 대목에서 그의 논리는 국가주의적 요소를 지닌다. 그는 “서방국가가 내세우는 ‘인권이 국가주권보다 더 중요하다’는 논리는 이중표준을 지닌 일종의 위선적 논리”라고 주장한다. “(서방국가가) 다른 나라를 치려고 할 때는 이 ‘인권’ 표준을 내세우면서, 제3세계의 공민이 ‘인권’을 내세우고 들어가려 하면 황급히 ‘주권국가’의 모습으로 돌아가 대문을 닫아 걸기 때문”이다. 그는 “극단적 민족주의가 아닌 온화한 민족주의, 광신적 민족주의가 아닌 이성적 민족주의, 협소한 민족주의가 아닌 개방적 민족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말로 결론을 맺는다. 〈환구시보〉는 린즈보의 글을 내보낸 뒤 〈인민일보〉 기자 출신의 네티즌 논객인 황칭(56), 왕이웨이 푸단대학 국제문제연구원 원장조리(보좌관에 해당) 등의 글을 3주 동안 잇따라 내보냈다. 황칭은 ‘중국 민족주의는 마땅히 한도가 있어야 한다’는 글을 통해 “민족주의를 온화하고 이성적이고 개방적인 것으로 변하도록 하려면 강대국이 솔선수범해 선순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왕이웨이는 〈환구시보〉 지난달 31일자에 ‘애국주의로 민족주의를 넘어서자’는 글을 통해 “민족국가가 아닌 경우에는 민족주의 대신 애국주의를 고취해 국가의 자존심과 미래의 전망을 고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환구시보〉의 ‘민족주의’ 시리즈 기고는 최근 끓어오른 중국 내 민족주의 열기를 좀더 세련된 방향으로 결집하기 위한 의도로 읽힌다. 이에 대해 언론학자 자오궈뱌오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 당국이 당국의 입맛에 맞는 논리만 허용하기 때문에 중국 인터넷에는 진정한 토론이 활성화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가주권을 인권 위에 올려놓는 논의는 아무리 온건하게 포장되더라도 위험한 민족주의를 고취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상수 특파원 leess@hani.co.kr
대일본 강경노선 주창 ‘매파’ ■ ‘환구시보’ 에 글 실은 린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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