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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6 22:54 수정 : 2006.03.06 22:54

사설

한편의 드라마였다. 끌려가던 경기 분위기를 단번에 반전시킨 그림 같은 수비, 아시아 홈런왕의 역전 홈런, 그리고 한-일 두 나라 대표선수들의 마지막 승부까지. 그제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세계야구클래식(WBC) 아시아 예선 마지막 경기는 야구의 진수를 보여준 보기드문 명승부였다. 특히 두 나라 최정예 선수들 간의 사상 첫 맞대결이었기에, 야구판 ‘도쿄 대첩’이라 부를 만큼 국민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한 역전승이었다.

대회 전 한국은 일본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됐다. 국외파를 총동원했다지만 프로야구 역사가 70년인 일본에 견줘 객관적인 전력에서 뒤졌다. 역설적이게도 승리의 원동력은 일본의 앞선 야구를 배우겠다는 대표팀의 성숙한 자세였다. 이승엽 선수는 “게임은 이겼지만 더 많은 걸 배우고 훈련해야 한다”고 말했고, 박찬호 선수 역시 “한국 야구는 일본을 배우며 성장했다”며 스스로 낮췄다. 이런 겸손함이 없었다면 상대의 단점을 파고든 역전 홈런과 완벽한 마무리는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반면, 일본 최고의 선수 이치로는 ‘30년 발언’으로 상대팀을 자극했다가 ‘오만함이 패배를 불렀다’는 비판에 몰렸다. 상대팀의 멋진 수비에 기립 박수로 화답하는 성숙함이 진정한 ‘선진 야구’임을 일깨운다.

벌써부터 참가 선수에 대한 병역혜택 얘기가 나오는 건 섣부르고 부적절하다. 이번 대회는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도해 만든 상업성 짙은 대회다. 올림픽이나 아시아경기대회와는 기본 성격이 다르다. 참가국이 16개뿐인 대회를 200여 나라가 참가하는 월드컵과 비교하는 것도 무리다.

이번 승리로 대표팀은 자신감과 승리보다 값진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오는 13일부터 미국에서 열리는 본선에서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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