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8 21:04
수정 : 2006.03.08 21:04
사설
‘세계 여성의 날’(8일)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가 지난주말부터 어제까지 곳곳에서 이어졌다. 형식과 성격은 조금씩 달라도 이런 행사들에서 제기된 현실 진단은 별 차이가 없다. 아직 우리 사회의 여성 해방은 먼 이야기라는 것이다.
세계 여성의 날은 1908년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뉴욕에 모여 선거권과 노동조합 결성 자유를 위해 시위를 벌인 데서 비롯됐다. 이 시위가 제기한 정치 및 노동 권리 요구는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여성의 정치세력화’와 ‘빈곤의 여성화’라는 말에 함축돼 있다. 한 가지를 더하자면 성폭력과 여성 몸 상품화에서 벗어나는 일을 들 수 있다.
우선 시급한 해결 과제는 양극화 폐해가 여성에게 집중되는 현상이다. 지난 5일 한국여성대회 선언문은 “여성 노동자의 70% 이상이 저임금과 고용 불안정에 시달리는 비정규직”이라며 “빈곤층의 절대 다수가 여성으로 채워지는 ‘빈곤의 여성화’라는, 아프고 암울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뿐이 아니다. 최근 꼬리를 물고 있는 성폭력 사건과 난자매매 성행 등은 여성의 몸에 대한 폭력과 착취도 여전함을 보여준다. 성폭력이라는 고전적 폭력에 첨단 기술을 동원한 생식 능력 착취가 더해진 형국이다.
이런 현실을 타개하는 길은 여성의 정치 세력화에서 찾을 수 있다. 당장 눈앞에 다가온 지방선거에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여건 조성과 뒷받침이 필요하다. 여성들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하려는 움직임이 의회정치 밖에서도 활발히 전개되는, 더 넓은 의미의 정치 세력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여성 해방은 여성만을 위한 게 아니라 남성을 ‘억압자’로부터 해방시키는 일이기도 하다는 여성주의의 깨달음을 남성들이 공유하는 것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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