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8 21:18
수정 : 2006.03.08 21:18
사설
미국 뉴욕에서 그제 열린 북-미 접촉에서 북한 쪽이 ‘금융문제 비상설 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도 부정적이지 않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바람직한 진전이다. 이것이 위폐 및 금융제재 갈등을 풀고 6자 회담 재개로 가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미국이 북한의 위폐·돈세탁 등과 관련한 정보를 주면 필요한 조처를 취하겠다는 북한의 태도는, 그간 여러 의혹을 부인하기만 하던 것에 비해 상당히 유연하다. 미국과 직접 대화할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은 또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에 대한 제재를 풀면 6자 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압박이 지속되는 한 6자 회담에 나갈 수 없다’는 기존 태도의 연장선에 있지만, 무게중심이 회담 재개 쪽으로 조금씩 옮겨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 공은 다시 미국 쪽으로 넘어갔다. 우선 미국은 ‘대북 금융제재는 미국의 금융체제를 지키기 위한 자위적·방어적 조처’라고 얘기해 온 만큼 북한의 제안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효과 면에서도 일방적으로 북한의 ‘항복’을 요구하는 것보다 협의체를 통해 구체적 조처를 유도하는 것이 훨씬 낫다. 이런 과정은 양쪽의 신뢰를 높이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제도적 협의 틀이 마련된다는 측면 외에, 미국이 금융제재 등을 통해 북한의 체제변화를 노린다는 의혹도 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위폐 문제가 꼬인 배경에는 북-미 사이의 근원적 불신이 자리잡고 있었다. 미국이 사안을 바꿔가며 압박할 거라고 북한이 믿는 한 6자 회담 재개는 고사하고 위폐문제 해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양쪽은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불신의 벽을 넘어 핵문제 해결로 가는 길을 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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