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9 19:31
수정 : 2006.03.09 19:31
사설
정부 수립과 함께 제정된 국가인 ‘애국가’를 바꾸자는 주장이 나온다. 1964년 한때 나왔다가 슬그머니 꼬리를 뺐던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엔 심상치 않다. 애국가의 작곡자가 침략자를 칭송한 노래도 작곡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한 연구자가 제기한 의혹은 이렇다. 첫째, 작곡자 안익태는 일제의 괴뢰정부 만주국 10돌을 기념하는 합창교향곡 ‘만주국’을 작곡했다. 둘째, 이 곡을 1942년과 43년 일제의 동맹국 독일과 오스트리아에서 직접 지휘했다. 셋째, 히틀러 추종자 리하르트 슈트라우스가 작곡한 ‘일본 축전곡’을 파리와 빈에서 지휘했다. 넷째 ‘만주국’의 주요한 두 테마는, 애국가가 포함돼 있는 ‘한국 환상곡’에서 따왔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국망의 비통한 선율을, 침략을 환호하는 데 이용한 셈이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무엇보다 그의 애국 활동은 식민지 시절 나라 안팎의 커다란 긍지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1919년 삼일운동과 관련돼 숭실중 2학년 때 제적당했다. 1930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을 때 동포들이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 랭 사인’ 선율에 애국가 가사를 붙여 부르는 노래를 듣고, 애국가 작곡을 결심했다. 이 결심은 6년 뒤 ‘한국 환상곡’으로 결실을 맺고, 38년 그의 지휘로 아일랜드 국립교향악단이 처음 연주했다. 그는 그때 “(아일랜드처럼) 내 조국도 어서 독립하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침략자를 칭송한 선율로는, 조국의 자주독립과 평화·번영을 염원할 수 없다. 따라서 지금 중요한 것은 제기된 의혹을 실증적으로 엄중히 규명하는 일이다. 정부와 학계, 시민사회가 함께 나서야 한다. 애국가 교체 여부는 그 뒤 논의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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