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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09 21:46 수정 : 2006.03.09 21:46

사설

“출자총액 제한제도(출총제)는 폐지하는 게 좋다”는 강봉균 열린우리당 정책위의장의 어제 발언은 여러모로 적절치 못했다. 시장개혁 3개년 계획이 올해 말에 끝나면 그때 출총제를 재평가하기로 돼 있는데, 우선 시기적으로 옳지 않다. 출총제 필요성을 강조해온 강철규 공정거래위원장이 3년 임기를 끝내고 마침 이날 퇴임했다. 강 위원장과 의견이 맞지 않았다면 후임 위원장과 논의하면 될 것이지, 그의 퇴임을 기다렸다는 듯 내던진 건 여당 당직자의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다.

인식에도 문제가 있다. 강 의장은 “기업들이 과도적으로 규모를 키우는 과정에서 순환출자를 활용하는 문제 등이 있었으나 이제 스스로 많이 해결했다”고 했다. 재벌 논리 그대로다. 총수가 5%도 안 되는 지분으로 계열사 사이 순환출자를 통해 거대그룹을 황제처럼 지배하고 사익 추구에 활용하고 있는데, 이게 많이 해결된 모습인가. 출총제로 무분별한 확장이 억제된 효과가 있는 것도 무시했다. 본말을 뒤집은 진단인 것이다.

“선진국에서 하지 않는 제도”란 말은 더 기가 막힌다. 순수 정치인이라면 모를까, 강 의장은 과거 청와대 경제수석과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내며 재벌개혁을 이끌었던 인물이다. 재벌체제가 선진국에 없는 한국의 특수한 현상이어서 불가피하게 출총제를 둬온 까닭을 모르고 있었다는 듯 여론을 호도하는 모습이다.

출총제가 언젠가 역사 속에 묻혀야 할 한국만의 제도긴 하다. 그러나 재벌개혁 성과에 대한 심도있는 진단이 먼저여야 한다. 무엇보다 순환출자 폐해가 재현될 가능성이 없을지 판단이 서야 한다. 아울러 제도적 감시장치 등 보완책을 충분히 세운 뒤 공론을 거쳐 폐지 여부를 논의하는 게 순서다. 여당 정책위의장이 지레 재단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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