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09 21:47
수정 : 2006.03.09 21:47
사설
한 대학 체육학과의 새내기 길들이기 실상이 소상히 드러났다. 한 학생이 전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은 가혹한 신병훈련을 연상시킨다. 심지어 아스팔트 농구장에서 머리박기를 시켜 여러 학생이 피를 흘리기까지 했단다. 선배들의 폭력은 그 이후에도 계속됐다고 한다. 요즘은 군대도 이 정도는 아닐 것이다.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에서 폭력이 ‘학교 전통’이나 ‘예절 교육’이라는 명분으로 자행된다는 건 참으로 수치스럽다.
2004년에 나온 한 논문은, 체육계 대학생 10명 중 7명이 정기적으로 또는 불시에 크고작은 체벌에 시달리는 것으로 집계했다. 이로 미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체육학과의 폭력이 이 대학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그리고 다른 학과들의 실태도 이 참에 함께 따져볼 일이다.
폭력을 몰아내는 데 가장 큰 걸림돌은 폭력 불감증이다. 폐쇄된 공간도 아닌 대학의 이런 폭력이 그동안 거의 드러나지 않은 것은 불감증 탓이 크다. 당사자나 주변 사람들이, 체육학과는 원래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지 않았다면 벌써 폭력을 뿌리뽑을 수 있었을 것이다. 문제가 된 대학의 교수들이 “다른 학교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예절교육은 우리 학교의 문화” “학교의 틀에 학생들이 맞춰야지, 맘에 안 들면 본인이 나가야 한다”고 한 데서도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있다. 교수들이 이렇게 생각하는데 학생들이 무얼 보고 배우겠는가.
물론 체육학과 교수와 학생들만 탓할 일은 아니다. 대학 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런 현실을 몰랐건, 알면서도 눈감았건, 책임은 차이가 없다. 외부에서 개입하기 전에 스스로 폭력을 몰아내는 게 대학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 최선이다. 대학 구성원들의 각성을 촉구한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