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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0 19:36 수정 : 2006.03.10 19:36

사설

고속철도 여승무원들이 철도공사 서울본부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일 철도노조의 파업 중단 이후에도 파업을 지속하며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철도 승무원 가운데 유일하게 비정규직인 이들은 한국철도유통(옛 홍익회) 소속 계약직으로 고용돼 철도공사에 파견돼 있다.

계약직과 파견직이라는 이중의 굴레 속에서 일하는 이 여성들은, 우리 고용 현실의 문제점을 뭉뚱그려 보여준다. 이들은 2004년 첨단의 상징 같은 고속철도의 전문 서비스직을 기대하고 일을 시작했으나 현실은 전혀 달랐다고 호소한다. 인원이 부족해 생리휴가도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처지라는 것이다. 게다가 첫해에는 계약 갱신도 아무 문제 없이 이뤄졌지만 지난해 말에는 회사 쪽에서 선별 재계약 의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되자 여승무원들은 집단적으로 대응하기 시작했다.

철도공사는 이들의 요구에 강경 일변도로 대응해 왔다. 여승무원들이 반발하는 사이 위탁 사업권을 케이티엑스(KTX)관광레저라는 자회사로 넘긴 뒤 이 자회사의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케이티엑스관광레저는 감사원으로부터 부실 경영을 이유로 퇴출 권고를 받은 회사다. 철도공사는 경영이 호전돼 퇴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하나, 일방적인 계약 해지 통보와 소속 회사 변경 같은 일을 겪은 승무원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확산이 사회 문제가 되면서, 정부나 공공기관이 민간에 못지않게 비정규직을 남용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고속철도 승무 업무는 ‘고용 유연성’을 내세워 비정규직을 쓸 명분이 별로 없다. 저임금이 주된 목적이라면, 문제 많은 정부·여당의 비정규직 정책에도 어긋난다. 철도공사가 여 승무원들을 직접 고용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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