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류 열풍은 한국인의 가슴에 뿌듯한 자긍심을 심어줬다. 돈도 꽤 벌어들였고, 민간 외교대사 노릇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지금은 들뜬 기대를 뒤로 하고, 이 새로운 범아시아적 문화 현상을 꼼꼼히 따져 깁고 보탤 점은 깁고 보태야 할 시점이다. 한류 열풍, 그것은 과연 우리의 출중한 문화역량이 아시아적 감수성을 자극한 데 따른 것인지, 감각적 대중문화의 상업주의가 특정 나라 특정 세대의 감성과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은 아닌지, 곱씹어봐야 한다. 마침 올해는 광복 60년이자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수교한 지 40년이 되는 해다. 이런 의미에서도 새해에 한류 열풍에 대해 한결 진전된 질문을 보태야 한다. 과연 우리가 이런 초국가적인 문화현상을 계속 이끌어나가기에 충분할 만큼 문화·예술적 기초체력 다지기에 정성을 쏟고 있는가. 갈등과 대립으로 점철된 동아시아 나라들을 하나의 문화권으로 통합해 낼 수 있는 문화적 리더십을 준비하고 있는가. 차분하게 되물어 볼 일이다.
이 바람이 홍콩영화 붐처럼 일회성으로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귀기울여 볼 만하다. 이것이 스타 한 사람에 대한 열풍이라면 그것은 금방 꺼져버릴 거품이기 쉽다. 우리가 기대하는 새로운 한류는 우리 사회의 기초적 문화체력으로 빚어져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새해 한류 열풍에서는 스타보다 문화 역량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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