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5 22:16
수정 : 2006.03.15 22:16
사설
중동지역에서 특파원으로 활동 중인 <한국방송> 용태영 기자 등 언론인 3명이 무장세력인 팔레스타인인민해방전선에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나는 일이 일어났다. 2년 전 이라크에서 발생한 김선일씨 납치·살해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지만, 비슷한 양상의 사태가 다시 벌어진 점에서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일을 되짚어보면서 교훈으로 삼고, 재발 방지를 위해 지혜를 모을 때다.
취재 목적으로 체류 중인 언론인을 납치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는 반인도적 폭력행위다. 납치 이유도 용 기자 본인 또는 한국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 더구나 용 기자는 두달 전 선거에서 이겨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주도하게 된 하마스를 취재하기 위해 현지에 막 도착한 참이었다. 팔레스타인 사람의 목소리를 지구촌에 전하려는 기자를 납치한 것은 어리석은 행위이기도 하다. 자신의 행태가 세계인의 눈에 어떻게 비칠지 해방전선이 미리 헤아렸다면 이번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번 일의 직접적 배경이 된 이스라엘의 무모한 ‘국가 테러’도 비난받아 마땅하다. 이스라엘은 수감 중인 해방전선 지도자가 석방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탱크와 헬기 등을 동원해 팔레스타인 자치지역내 교도소를 기습했다. 교도소를 관리하는 미국과 영국 요원들이 자리를 피한 것도 의심스럽다. 이들이 짜고 하마스를 골탕 먹이기 위해 일을 벌인 혐의가 짙다. 그러잖아도 세 나라는 하마스가 집권한 현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원을 끊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강경파가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앞두고 보수 표를 결집시키기 위해 무력을 동원했다는 설도 유력하다. 어떤 경우든 ‘내가 힘이 세니 마음대로 하겠다’는 강자의 독선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은 반세기 이상의 뿌리를 갖고 있다. 그만큼 복잡하고 서로 증오도 깊다. 이 증오를 자양분으로 삼는 양쪽 강경파에 주도권이 넘어가서는 피만 더 흘릴 뿐 해결책은 나오지 않는다. 이제 양쪽 정부는 평화로 가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해야 한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듯 이번 납치 사건과 같은 일이 되풀이된다면 세계는 양쪽에 두루 등을 돌릴 것이다.
우리 중동 외교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팔레스타인 및 이스라엘과 비교적 괜찮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제 중동평화 정착을 위한 노력에도 적극 동참할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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