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15 22:19
수정 : 2006.03.15 22:19
사설
오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5년 동안 지속돼 온 새만금 논란에 역사적인 금을 긋는다. 합리적인 사회라면 새만금 간척사업과 같은 대형 국책사업을 사법부의 판단에 맡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비상식적인 업무추진이 주민과 환경단체들로 하여금 법에 호소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작은 규모라도 신규사업에 투자하려 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투자 목적의 구체성, 투자 기대 효과, 투자 규모의 적정성, 예상되는 부작용 등 최소한 이런 항목들을 바탕으로 사업 타당성을 꼼꼼히 따져보고 결정할 것이다. 판단하기 어려우면 여러 분야의 전문가에게 성공 가능성과 위험요소를 두고 좀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을 요구할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 사업은 노태우 옛 민정당 대통령 후보의 공약으로 시작된 이후 여러 대통령을 거치는 동안 기본적인 사항조차 제대로 검토하지 않았다. 개인이라도 당연히 밟을 절차를, 4조원이 넘는 대형 사업을 벌이면서 정부는 무시했다. 더 필요하지도 않을 농지를 조성한다는 사업목적처럼 소요예산 및 사업 후유증에 대한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은 지 오래다. 단지 정치인들이 표를 얻자고 무리하게 벌이는 선심 행정의 하나라는 사정을 잘 아는 국민들은 대법원의 결정을 조용히 지켜보고 있다.
새만금 사업에 대한 판단을 사법부에 맡겼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조정능력을 잃었음을 뜻한다. 그런 상태가 15년째 지속돼 온 셈이다. 그것은 해양수산부 장관으로는 반대하다가 국정을 총괄하게 되니 앞장서서 지지를 선언한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처럼, 정치권이 우리 사회의 자율적 조정 기능을 말살한 탓이다.
새만금 사업처럼 여러 부처가 관여되는 사안의 조정은 국무조정실에서 담당한다. 그러나 최고 권력자가 자신의 의사를 미리 선언했으니, 그 기능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환경문제에서 대통령을 자문하는 전문가 집단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그렇다고 이들이 소극적인 구실만 한 건 아니었다. 총리실 주관으로 구성된 민관 공동조사단의 조사결과를 조사단장이 일방적으로 왜곡해 보고하거나, 사업추진에 불리한 자료의 생산과 공개를 담당한 부처의 권한을 억제하는 짓이 일어났지만,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았다.
새만금 사업은 그 성격상 몇 가지 법리로 명쾌하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대법원도 복잡한 배경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위해 공개변론과 같은 절차를 밟은 것으로 국민들은 이해한다. 대법원이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수많은 논란이 뒤따를 것이며, 응분의 조처가 필요할 것이다.
새만금 사태의 가장 큰 교훈은 합리적인 정책 추진 방안을 확립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민주적 조정능력의 확립은 투명성에서 비롯된다. 시화호, 영산호처럼 실패한 정책들과 새만금 사업 추진과정의 문제점을 면밀히 점검하면, 개선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은 반복되는 시행착오를 근본적으로 척결시킬 수 있는 토대를 대법원이 이번 기회에 만들어 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를 위해 대법원은 정치권과 행정 관료는 물론, 전문가 집단의 잘못도 엄격하게 추궁해야 한다.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의 징표를 갈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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