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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19 22:16 수정 : 2006.03.19 22:16

사설

잘 싸웠다. 결승 문턱에서 숙적 일본에 완패한 게 아쉽긴 하지만, 한 차례의 패배로 자랑스러움이 빛바랠 순 없다. 한국 야구 대표팀은 지구촌에 대한민국의 투혼과 실력을 과시하며 승리보다 값진 성과를 일궜다. 선전한 선수들에게 격려와 박수를 보낸다.

‘야구 올림픽’ 4강은 월드컵에 이어 온국민을 다시 하나로 묶었다. 전국의 광장과 경기장엔 ‘대~한민국!’ 함성이 가득했다. 미국 전역에서 몰려든 수만명의 동포들은 샌디에이고 경기장을 홈구장으로 만들었다. 우리말도 서툰 젊은이들한테 한겨레의 자부심을 일깨운 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변이나 돌풍이 아니었다. 대표팀은 최강 미국을 제치고 일본을 두 차례나 꺾으면서 운이 아닌 실력임을 입증했다. 특히 정신력이나 자신감만으로는 이룰 수 없는 완성도 높은 무결점 경기를 펼쳤다. 한국 야구가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세계적 수준임을 누구도 의심하지 않게 만들었다.

부쩍 자란 한국 야구는 우리 사회가 압축성장의 폐해를 극복하고 제대로 된 실력을 쌓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영화·음악·방송 등 한국 문화의 잠재력은 몇 해째 식지 않는 한류바람을 세계에 일으키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어깨를 겨루는 반도체, 휴대전화, 자동차 산업은 더는 값싼 노동력으로 경쟁하지 않는다. 많은 분야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는 이제 탄탄한 기본기와 세밀한 완성도를 과시한다. 야구 종주국에서 인정받은 한국 야구의 힘은 다른 분야에서도 세계와 당당히 경쟁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우리에게 일깨웠다.

‘세계 속의 한국’이란 자부심이 맹목적인 애국주의로 흐르는 건 경계할 일이다. 주최국인 미국의 일방적인 조 편성과 잇따른 오심은 이런 양상을 부채질했다. 이번 대회는 국가 대항전인데다 한·미·일 세 나라의 미묘한 관계가 얽힌 터였다. 일본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까지 나서 승리를 독려했고, 두 나라 일부 언론은 ‘피의 복수’니 ‘세번째 굴욕’이니 하며 자극적 여론을 부추겼다. 초조함이나 열등감의 표출은 진정한 선의의 경쟁과는 거리가 멀다.

한국 대표팀은 성숙하고 겸손한 자세로 대회 기간 내내 깊은 인상을 남겼다. 경기마다 최선을 다하는 성실함,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으로 잇따른 승리를 일궜다. 일본의 자만이나 미국의 횡포를 잠재운 건 다름 아닌 대표팀의 자신감과 실력이었다.

한국 야구는 지난 며칠 동안 국민들을 감동과 흥분으로 몰아넣었다. 온국민이 함께 일군 긍지와 자부심을 다른 분야에서도 밑거름으로 삼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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