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3 21:51
수정 : 2006.03.23 21:51
사설
북쪽이 남쪽 이산가족 상봉단의 귀환을 10시간 넘게 지연시키고, 남쪽 공동취재단이 전원 철수하는 일이 일어났다. 경위야 어떻든 인도주의 원칙이 가장 우선돼야 할 이산가족 상봉장에서 일어난 일이라 아주 유감스럽다.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자고 나이 든 이산가족들을 불안하게 한 것은 인도주의 원칙에 정면으로 어긋난다. 가족·친지를 만나려고 수십년을 기다려온 이들에게 무슨 죄가 있는가. 상봉 장소가 북쪽 금강산이라고 하더라도 남쪽 사람들의 인신을 억류하는 것은 주권행사의 범위를 벗어난다. 북쪽에 사는 옛 신성호 선원과 관련해 ‘납북자’와 ‘나포’라는 표현을 썼다는 이유로 남쪽 방송의 송출을 막고 기자의 귀환을 요구한 것도 지나치다. 표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설명하고 이해를 구할 일이지 남쪽 언론에 강제하려 해선 안 된다.
남쪽 일부 기자들의 태도도 바람직하다고 하긴 어렵다. 신성호 등 과거 북으로 간 여러 어선에 대해 남쪽은 ‘납북’이라 하고 북쪽은 ‘월북’이라 주장하는 것은 모두 잘 알고 있다. 남북 사이에는 아직 이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리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 틀이 마련되지 않았다. 그래서 최근 남북 합의서에도 ‘전쟁 이후 행불자’라는 표현을 썼다. 떨어진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게 우선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최소한 이산가족 상봉장에서는 용어 선택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공동취재단이 철수를 결정한 것도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제도와 관행의 차이가 큰 남북 접촉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중요한 것은 사태를 과장하거나 악화시키지 않고 원칙과 새 관행을 다져나가는 일이다. 이번의 경우 인도주의 원칙과 상호존중의 관행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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