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3.24 20:11
수정 : 2006.03.24 20:11
사설
이명박 서울시장의 ‘황제 테니스’ 의혹이 갈수록 번지고 있다. 여러 가지 부적절한 처신이 새로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이 시장 쪽이 내놓는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 까닭이다.
폭우가 쏟아지는 날과 공무원들이 파업한 날, 심지어는 청계천 노점상들이 생존권 투쟁에 나서 대규모 시위를 벌인 날에도 이 시장은 테니스를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의 3·1절 골프만 나무랄 일이 아니게 된 셈이다.
서울시 산하의 체육회 운영도 복마전이다. 선거 때 자신을 도운 사람을 새로운 직제를 만들어 부회장에 앉힌 것은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다. 그에 대한 보답인지 몰라도 부회장이라는 사람은 시장을 위해 주말 테니스장 예약을 담당했을 뿐 아니라 이 시장 지지를 위한 정치적 모임을 꾸려온 것으로 밝혀졌다. 더구나 이 모임 경비로 시 예산을 버젓이 썼다. 이 시장이라는 정치적 배경이 없고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이 때문에 서울시의 자체 감사가 제대로 이뤄질지 벌써부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 시장 쪽의 해명이 설득력이 없었다는 점도 파문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 시장은 애초 “내가 친 51회에 해당하는 600만원을 자비로 냈고, 나머지 2000만원은 동호회에서 낸 것로 알고 있다”며 요금 대납이 자신과는 무관함을 주장했다. 그러나 2000만원을 낸 동호회 총무 안아무개씨는 담보대출을 받아서 살림을 꾸리는 등 넉넉한 형편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내 돈으로 요금을 낸 뒤 동호회원들이 돈을 모아주기로 했다”는 그의 해명은 거짓으로 밝혀졌다. 그가 추가 해명은커녕 아예 주변과 연락을 끊고 며칠째 잠적하고 있는 것도 뭔가 석연찮다.
로비 의혹도 불거지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이 시장의 초창기 테니스 모임 주선자인 선병석씨가 지능형 교통정보 시스템 업체의 100억원대 공사를 서울시로부터 따도록 중간에서 역할을 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지만, 서울시는 이를 부인했다. 그러나 이 시장은 지난번 기자회견에서 자신과 테니스를 수십차례나 같이 친 선씨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이나 서울시의 말에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시장은 쌓여가는 의혹 앞에서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거기에 대한 책임은 누가 어떻게 질 것인지를 진솔하게 먼저 밝혀야 한다. 이는 차기 대선주자의 한사람으로서 국민에게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다. 그의 진실한 해명과 적절한 해법 제시는 소모적인 정치 논쟁을 막는 길이기도 하다.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