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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북핵 해결 위해선 유연해져야 |
한국과 미국이 외무장관 회담을 열고 북한이 이른 시일 안에 6자 회담에 복귀하도록 외교 노력을 신속하게 펼쳐나가기로 했다. 북한의 지난 10일 외무성 성명에도 불구하고 관련국들 사이에 ‘6자 회담을 통한 북한 핵 문제의 외교·평화적 해결’이라는 원칙이 흔들리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문제는 미국의 강경한 태도다.
두 나라 외무장관은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기본 의도가 협상력 제고에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한다. 콘돌리자 라이스 미국 국무장관은 며칠 전에도 ‘북한이 여러 차례 해온 얘기’로 치부한 바 있다. 지금은 여전히 협상 국면이라는 뜻이다. 그런데 외무장관 회담이 열린 비슷한 시각에 미국 국무부는 “북한의 6자 회담 복귀를 위해 양보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뉴욕타임스〉는 미국 정부가 지난 몇 달 동안 북한의 자금줄을 죌 새 전략을 개발해 왔다고 전하고 있다. 회담을 하자고 하면서도 강경 일변도인 이런 태도로는 북-미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불신의 벽을 허물 수 없다.
우선 미국은 ‘양보할 수 없다’고 하기 전에 ‘북한이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진지하게 들어보겠다’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또 북한의 일방적인 굴복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북한이 받아들일 수 있는 좀더 현실적이고 창의적인 안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진정으로 핵 문제의 해결을 바란다면 북한이 바라는 직접 대화도 피할 이유가 없다.
불쑥 성명을 발표한 북한의 의도를 정확하게 알려면 좀더 시간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중국 쪽의 중재 노력도 기다려봐야 한다. 하지만 체제 불안에 대한 북한의 우려를 고려하면, 성명에서 내세운 “충분한 조건과 분위기 조성”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회담은 상대를 인정하고 조금씩 양보하며 밀고 당기는 가운데 이뤄지는 것이다. 미국이 유연한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잃을 건 아무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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