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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3.26 22:38 수정 : 2006.03.27 00:27

미국 정부 관리가 우리 정부와 국내외 제약업계간 의약품 실무회의(워킹그룹)에서 압력성 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열린 이 회의에 미국 대사관 관리가 참석한 것을 두고, 그동안 정부는 단지 참관인이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번에 드러난 회의록은, 미 대사관 인사들이 회의를 이끌다시피 했음을 보여준다.

이번 사례는 당당함과 거리가 먼 대미 외교 현실을 또한번 확인시켜 준다. 미 대사관 관리는, 한-미 합의 부분이 바뀌게 되면 본국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는 ‘경고성 발언’을 하는가 하면, 우리 정부가 실무회의를 없애려 하자 제동을 걸어 회의를 유지시켰다고 한다.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약품 문제에서도 이렇게까지 미국에 끌려다닌 우리 정부의 자세가 한심하다.

의약품 문제는 서양 부자나라들과 나머지 나라들이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이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을 대변하는 부자나라들은 중요 의약품 값을 한푼이라도 높이려고 기를 쓴다. 의약품 기술 독점을 위한 특허권 강화 또한 그들의 주요 목표다. ‘세계 민중의 목숨을 담보로 한 이권 지키기’라는 비판을 받는 이 일에 미국이 앞장서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몇 해 전엔 한 해에 몇천만원씩 하는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을 싼 값에 공급해 달라는 환자들의 요구를 외면했다. 지난해엔 특허법의 의약품 관련 조항을 세계무역기구 합의사항보다도 훨씬 더 다국적 제약회사에 유리하게 만들었다. 정부의 이런 태도는,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이 진행되고 있기에 더욱 우려스럽다. 이제라도 정부는 당당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우리에게 유리한 결과는 고사하고 ‘줄 건 주고 받을 건 받는 것’도 버겁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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