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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전체가 정전사태에 빠지는 일이 생겨서야 |
그저께 낮에 제주도 전역에 정전사태가 발생했다. 주민들이 겪었을 혼란은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제주도와 전남 해남을 연결해 육지에서 전력을 공급하는 해저송전케이블이 손상된 때문이라고 한다. 제주도에도 발전소가 세 군데 있긴 하다. 하지만 용량이 작아 전력수요의 45% 가량인 15만5천㎾를 케이블을 통해 공급받고 있다. 그런데 1997년 케이블이 깔린 이후 크고 작은 고장이 90차례나 있었고, 이로 인한 정전사고도 26차례나 발생했다고 한다. 대규모 정전사태가 일어날 잠재적 불안 요인은 상존했던 셈이다. 제주도민들에겐 여간 심각한 일이 아니다.
게다가 전력공급 계통에 이상이 생기면 전력수요의 일부를 차단해 부하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게 하는 체계조차 작동하지 않았다. 부하가 쏠리며 발전소 가동까지 중단돼 사태를 키웠다. 비상 대응 체계에 단단히 허점이 있거나, 평소 관리에 소홀한 탓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우선은 제주도 전력계통을 철저히 점검해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게 해야 한다. 나아가 근본대책도 세워야 한다. 현재 건설 중인 남제주화력 3·4호기가 완공되면 사정이 좀 나아지긴 하겠지만, 해저케이블에 절대량을 의존하는 체계로는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다. 수요를 도내 발전소로 모두 채우려면 전력 생산비가 비싸지기 때문에 케이블을 통한 전력공급을 선호하는 한전의 처지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하지만 전기는 국방이나 치안만은 못해도 공공재적 성격이 강한 필수재라는 점에서 경제성만 따질 건 아니다. 제주국제자유도시 추진으로 제주도의 전력수요는 더욱 늘어날 테고, 안정적인 전력공급 없인 국제자유도시의 위상도 갖추기 어렵다. 좀더 긴 안목의 전향적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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