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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4.03 21:48 수정 : 2006.04.03 21:48

대검 중앙수사부의 현대·기아차그룹 비자금 수사가 강도를 더하고 있는 때에 정몽구 회장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현대차 쪽은 “미국 조지아주의 기아차 공장부지 예정지를 방문해 기공식 준비현황을 점검하고, 현지 판매를 독려하고자 일주일 일정으로 출국한 것”이라며, 오래 전에 잡힌 일정이라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도피성 외유가 아니냐는 시각이 만만찮다. 재벌 총수들이 곧잘 그러는 것을 봐온 터라 무리한 관측만도 아니다.

예단할 필요는 없다. 도피성인지는 일주일 일정이 지난 뒤 다시 살피면 된다. 정 회장이 ‘현장 경영’을 강조하며 생산 현장을 자주 둘러본 전례로 볼 때, 현대차 쪽 해명이 그리 군색해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정 회장의 행보가 적절했느냐는 다른 문제다. 정치권이든 경제계든 이른바 지도층이란 소리를 듣는 인사에게는 책임있는 행동이 따라야 한다. 억울하면 당당하게 해명하고, 잘못이 있으면 책임지는 게 마땅하다. 우리 사회에선 늘 그런 게 부족했다. 정 회장 출국을 곱지 않게 보는 것도 마찬가지 연유에서일 테다. 현대·기아차그룹의 경영 권한은 정 회장에게 집중돼 있다. 비자금 조성이 사실이고, 만약 정 회장도 모르게 이뤄졌다면 그 자신부터 격노해 관련자를 문책했을 것이란 게 상식적 시각이다. 게다가 경영권 승계 문제도 주목 대상이 돼 있다. 그러기에 더욱 신중해야 했다.

출국한 것까지야 되물릴 수는 없는 노릇이나, 일정을 하루도 늦추지 말고 귀국해 해명할 건 해명하고 책임질 것은 책임지겠다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옳은 처신이다. 그러지 않으면 ‘오해와 억측’도 진실로 갈음할 수 있다. 정 회장의 직접 해명이 귀국 전에 이뤄진다면 더 바람직할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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