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4.05 19:53 수정 : 2006.04.06 00:28

사설

‘시이오(최고경영자) 총리’를 표방하며 승승장구해 온 탁신 친나왓 타이 총리가 그제 결국 사임을 발표했다. 스스로 승부수로 띄운 조기총선이 치러진 지 이틀 만이다. 선거에선 이겼으나 시민들의 분노와 저항은 더 커지는 상황이었다.

그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공한 정치인’이었다. 2001년 총리에 올라 타이 역사상 처음으로 4년 임기를 채웠다. 지난해 총선에선 압승을 거둬 역시 처음으로 단독 집권에 성공했다. 집권 동안 경제도 대체로 순항했다. 그의 자랑대로, 460억달러 채무국이 이젠 20억달러 채권국이 됐다. 개인 경력도 화려하다. 미국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돌아와 경찰학교 교수를 지낸 뒤, 30대 후반에 컴퓨터 판매점을 차려 짧은 세월에 이 나라 최대 정보통신 재벌로 키웠다. 외무장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지 7년 만에 총리가 됐고, 지금의 집권당도 자신이 만들었다.

실패의 싹은 바로 이런 성공에 있었다. 오만과 부패가 함께 커갔기 때문이다. 3년 전 ‘마약과의 전쟁’ 과정에서 2500여명의 인명피해를 내고, 이슬람 세력의 소요에 강경하게 대처한 것은 이전 군부통치에 맞먹는 ‘민간독재’를 연상시킨다. 갈수록 언론에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 점도 비슷하다. 지난 1월 정보통신 재벌 지주회사의 주식 절반 가까이를 싱가포르 회사에 1조9천억원에 팔면서 세금을 한푼도 내지 않은 것도 그 연장선에 있다. 목적과 의사결정 과정이 기업과 전혀 다른 국가를 다스리는 데 시이오라는 말을 쓴 데서부터 몰락의 징조가 나타난다.

아시아의 민주주의는 지구촌 어느 지역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고 민주주의에 지름길이 있을 리 없다. 이번 일이 타이의 민주주의 수준을 한 단계 더 높이는 밑거름이 되기를 바란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