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05 19:57
수정 : 2006.04.05 19:57
사설
가까이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으나 그 위험성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지뢰다. 서울 여의도 면적의 11배에 이르는 지뢰지대에 200만개의 대인지뢰가 묻혀 있다고 한다. 주한미군이 우리 땅에 비축하고 있는 것만도 55만개다. 대부분은 휴전선 비무장지대에 있지만, 지뢰가 설치된 후방 군사기지도 39곳에 이른다. 게다가 북한에는 지뢰가 얼마나 있는지조차 파악되지 않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하지만, 지뢰는 가장 비인간적인 무기로 꼽힌다. 세계적으로 한 해 1만5천~2만명이 지뢰 때문에 숨지거나 다친다. 피해자 대부분은 민간인이고 특히 어린이 희생자가 많다. 그래서 지뢰를 추방하자는 국제 운동은 날로 호응을 얻어가고 있다. 1991년 소규모로 시작된 이 활동은, 97년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이 노벨평화상을 받은 것을 계기로 널리 알려졌다. 그리고 그해 12월 120개 국가가 ‘대인지뢰 사용 및 생산 금지를 위한 오타와 협정’에 서명함으로써, 실질적인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이 협정의 비준까지 마친 나라는 150개국에 이른다. 지난해엔 유엔이 ‘세계 지뢰의 날’을 제정하는 데까지 이르렀고, 바로 그제가 제1회 지뢰의 날이었다.
한반도 상황은 이와 동떨어져 있다. 남북은 미국·러시아·중국 등과 함께 협정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협정 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들도 별로 없다. 우리는 그동안 남북 대치라는 특수성을 내세워 국제적인 흐름을 외면해 왔다. 이젠 휴전선을 넘어 금강산과 개성을 오갈 정도로 상황이 많이 바뀌었다. 물론 당장 한반도에서 지뢰를 몰아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우리가 인식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이미 지뢰 제거 첫걸음을 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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