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06 21:44
수정 : 2006.04.06 21:44
사설
어제 헌법재판소에서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에 관한 공개 변론이 벌어졌다. 조선일보사와 동아일보사가 지난해 제기한 헌법소원을 다루는 이 자리에서 두 신문사 쪽은 두 법이 언론·출판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 쪽은 두 법이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는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반박했다.
핵심 쟁점이 여론 다양성을 위해 언론 자유를 제한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그 범위는 어디까지냐 정도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두 신문이 비록 ‘언론 자유’로 치장하고 있지만, 진짜 요구는 언론사 사주 또는 언론 기업의 자유다. ‘신문이 일반 사기업과 왜 다르게 취급되어야 하느냐’, ‘신문이 마음껏 돈벌이 할 자유를 막지 말라’는 것이다. 이는 그들의 변론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쟁점은 신문법의 신문 경영 관련 사항과 언론중재법의 정정보도 규정으로 나뉘는데, 세부 쟁점 대부분은 신문 경영에 관한 것이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규정이 일반 사기업보다 엄격한 점 △유독 신문기업에만 경영자료 신고 의무를 부과한 점 △신문과 방송 겸업을 제한한 점 등 핵심 쟁점들이 이에 해당한다. 신문발전기금과 신문유통원 문제도 경영적 측면에서 쟁점이 되고 있다.
물론 신문도 기업이다. 또 신문사의 주주들이 이익 배당을 기대하는 것도 나무랄 일이 아니다. 하지만 신문은 특수성도 지니고 있다. 방송과 함께, 민주주의의 바탕을 이루는 동시에 민주주의를 지킬 책임을 지닌 대표적인 매체다. 각종 권력을 견제하고 비판하며 다양한 여론의 형성을 돕는 일은 민주 사회에서 그 무엇 못지않게 소중한 일이며 공익에 이바지한다. 그래서 이를 담당하는 언론에게는 공익적 의무가 부과될 수밖에 없다. 신문기업은 일반 사기업과 다르게 취급돼야 한다.
그래서 두 법에 대한 평가는 신문사와 일반 사기업 사이 형평성에 근거해선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시민의 대변자’로서 언론의 공익적 임무가 제대로 수행되고 있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돼야 한다. 이 임무가 잘 수행되고 있다면, 사기업인 신문사를 과잉 규제할 정당성이라곤 없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어느 정도의 차별적 규제는 정당하며 공익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현재 신문의 공익성은 충분히 발휘되고 있는가. 중앙 일간지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신문들을 두고 ‘중학교 3학년 수준의 한국 사회를 중학 2학년 수준으로 떨어뜨렸다’고 평한 저명한 경제학자의 말이 아니더라도, 답은 분명하다. 거대 보수신문들이, 특정 이해집단에 유리한 주장만 펼치는 것도 부족해 반대 세력에겐 저주와 욕설을 퍼붓는 상황에서 언론의 공익성이 살아남을 수 있는가. 신문법 위헌 소송은 ‘언론 자유’ 대 ‘언론 사주의 자유’의 대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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