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07 21:43
수정 : 2006.04.07 21:43
사설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이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 추진 과정의 숨겨진 내막을 폭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얼마 전 대통령한테 협정의 졸속 체결이 낳을 위험성을 강력히 건의한 데 이어 직접 대국민 발언에 나선 셈이다.
공직자가 현직을 떠나 직언을 한다고 나무랄 일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발언에는 부적절한 내용이 적지 않다. 그는 특정인을 겨냥해 ‘친미주의자다’ ‘삼성 로비에 놀아난다’ ‘농간을 부린다’ 등 독설을 쏟아냈다. 합리적 비판을 넘어선 인신공격 성격이 짙다. ‘정권이 망하거나 경제가 망한다’는 식의 주장도 근거있는 대안과는 거리가 있다. 파문이 커지자 ‘달을 가리키는 데 손가락을 보지말라’고 해명했으나 손가락을 흔든 건 정씨 자신이다.
더 중요한 건 그의 발언으로 드러난 협상 추진 배경과 과정이다. 불과 1년 전까지 자유무역협정을 총괄하던 실무책임자 입에서 ‘협상을 2~3년간 준비했다는 건 거짓말이다’ ‘스크린쿼터 축소 등 미국 쪽이 요구한 네 가지 선결조건을 넉 달 만에 모두 수용했다’는 등의 말이 튀어나오는 건 놀랍고 충격적이다. 청와대와 몇몇 관료가 군사작전 하듯 협상을 밀어붙였다는 얘기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은 국가경제는 물론 사회 전반에 엄청난 영향을 끼칠 사안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처럼 자신감을 가지면 해볼 만한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그런데도 정부는 협상 내용과 진행과정은 물론이고 협정이 가져올 파급력과 이해득실을 알리려는 노력조차 게을리하고 있다. 밀실에서 졸속으로 추진해서는 국민적 동의를 얻을 수 없다. 미리 정한 협상 일정에 얽매이지 말고 국회 등을 통해 투명하고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 국민적 검증과 동의 없이는 국가적 혼란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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