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09 21:12
수정 : 2006.04.09 21:12
사설
원-달러 환율 하락세(원화가치 상승세) 탓에 수출업계가 울상을 짖고, 경상수지 흑자 축소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지난주에는 급락세가 두드러지며 원-달러 환율이 950원대로 떨어졌다. 대기업도 그렇겠지만, 특히 중소 수출기업의 어려움이 많으리라 짐작된다.
수출업계의 고충은 이해되지만, 그렇더라도 외환 당국만 바라보며 환율 방어 대책을 호소하는 때는 지난 듯하다. 환율 급변을 막는 거야 마땅히 외환당국이 해야 할 일지만, 그 이상의 개입에는 신중해야 한다. 환율 방어엔 엄청난 비용이 들 뿐더러, 과거 경험으로 보아 성공하기도 어렵다. 결국은 품질에 바탕을 둔 수출 경쟁력 향상으로 기업이 스스로 헤쳐가는 길밖에 없다. 중국 등 거대 개도국들이 치고 올라오는 터여서, 설령 환율이 아니라도 가격에 기댄 경쟁력으로는 오래 견디기 어렵다.
환율이 하락하면 큰일이 날 것처럼 떠들곤 하는 도식적 관념도 바꿀 필요가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이 과거 실증 자료를 분석한 결과, 환율 하락에도 수출은 꾸준히 증가한 것으로 나왔고, 경상수지 흑자도 많은 게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환율 하락은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을 완충하는 구실을 하고, 내수 회복과 통화량 관리에 도움을 주는 측면도 있다.
환율 하락세가 장기적 대세라면, 체질개선 기회로 삼겠다는 자세로 대응함이 바람직하다. 1985년 ‘플라자 합의’ 이후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260원대에서 87년 말 120원대로까지 급락했지만 일본 기업들은 견뎌내지 않았던가. 기업은 원가 관리와 품질 향상에 힘쓰고, 정부는 이런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 특히 중소 수출업체는 환위험 관리를 제대로 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정부가 적극적으로 도와야 할 게 이런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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