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1 20:41
수정 : 2006.04.11 20:41
사설
한 다국적 인력 컨설팅 업체가 조사한 세계 주요도시의 삶의 질 평가결과를 보면, 서울은 215곳 가운데 89위를 차지했다. 미국 뉴욕(46위)을 100점으로 했을 때 서울은 83.0점이 나왔다. 여수는 110위(76.7점), 울산은 116위(75.0점)를 차지했다. 전체 순위로는 중간쯤이지만, 우리나라 도시의 삶의 질이 복잡한 거대도시 뉴욕보다도 훨씬 못하다는 뜻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사안이다.
원주민이 아니라 다국적 기업의 국외파견 인력 참고용으로 벌인 조사지만, 대부분의 일반인들이 삶의 질과 관련해 피부로 느끼는 바와 다르지 않다. 청소년들은 자기개발 시간도 없이 밤늦게까지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오가야 하고, 직장인들은 만원 버스와 지하철에서 부대끼는 삶을 일상적으로 살고 있다. 그런데도 도시에는 문화·체육 시설은 말할 것도 없고 잠시 편안하게 쉴 작은 공간조차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찌든 공기와 오염된 물이 도시를 휘감고 있는 곳도 적지 않다. 서울과 지방, 서울에서도 강남북 차이 등 공간적인 양극화도 심각하다.
그동안 우리 사회가 삶의 질 향상보다는 성장 일변도의 개발에 치중해온 탓이다. 이래서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나아지더라도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가 없다. 이제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바꿔야 한다.
다행히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주요 정당이나 후보들이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서울시 예비후보들의 구호는 ‘살림의 정치, 숨결의 정치’ ‘서울시민 수명 3년 연장 프로젝트’ 등 시민 생활의 질적 향상에 맞춰져 있다. 후보들은 공약과 함께 구체적 실천방안도 내놔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가 생활정치의 실천무대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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