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3 23:31
수정 : 2006.04.13 23:31
사설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하는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를 가리려는 검찰 수사와 감사원 감사가 강도를 더하면서, 론스타의 외환은행 주식 취득이 원천 무효화할 가능성도 무게를 더하고 있다. ‘원천무효로 결론 났는데 이미 론스타는 지분을 팔고 떠난 뒤라면’이란, 또 하나의 강한 의문이 제기된다.
검찰과 감사원은 사건의 핵심인 자기자본비율 조작 의혹을 파고들고 있다. 아직은 어떤 단정도 할 수 없으나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외환은행의 2003년 말 자기자본비율을 6.16%로 본 건 비관적 시나리오에 따른 것이라는 관련자들의 진술과 같은 이치로, 정부-외환은행 경영진-론스타가 공모해 매각을 실행했을 극단적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 경우엔 매각 원천 무효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가능성은 외환은행 매각 작업과 시간표가 너무 어긋난다. 지난달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국민은행의 실사작업은 다음달 초께 끝난다. 그러면 론스타와 본계약을 맺게 돼 있다. 반면에 검찰 쪽 관계자는 수사가 7월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한다. 원천무효 공방이 법정으로 가면 결론까진 더 많은 시간이 걸린다. 론스타가 이른바 ‘먹튀’를 하고 나면 모든 게 ‘버스 지난 뒤 손 흔들기’다.
금융감독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약 승인을 유보하는 방법도 있지만, 과거 매각을 승인해준 정부가 이를 뒤집기란 쉽지 않다. 그 전단계에서 해법을 찾는 게 더 합리적이다. 수사와 감사 결론이 나올 때까지 국민은행이 스스로 인수작업을 유보하는 방안이다. 국민은행 이용자들은 2500만명에 이른다. 여론을 무시할 경우 치유할 수 없는 배신감을 국민이자 이용자들에게 안겨줄 수 있다. 경영에 큰 부담이 될 것이란 건 충분히 가능한 추론이다.
상거래 도의상 일방적으로 협상을 중단하기 어려운 점은 이해한다. 국민은행 쪽은 명분이 없다지만, 그럴 변수는 생겼다고 본다. 론스타의 지분 취득 무효는, 지분을 팔 자격도 없음을 뜻한다. 이 불확실성이 명분이 못 된다고 하면, 국민의 눈에는 자기만 크겠다고 강변하는 것으로 비치기 쉽다. 명시적으로 중단을 선언하든, 실질적으로 그리 하든 그건 알아서 할 일이다. 어제 외환은행 노조는 신문광고를 통해 “국내 최대 은행이 론스타 돈벌이만 시켜줄 필요가 있을까요?”라고 공개질의했다. 외환은행 노조의 이해가 얽혀 있긴 하지만, 국민은행이 흘려 넘길 말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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