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6.04.13 23:31 수정 : 2006.04.13 23:31

사설

한나라당이 어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김덕룡·박성범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은 부패정치와 금권정치가 얼마나 뿌리깊게 퍼져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열린 정치, 깨끗한 정치’라는 요란한 구호 뒤켠에서는 검은돈이 버젓이 오가는 것을 또다시 보면서 절망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통탄스런 일이다.

김 의원이 누군가. 민주화를 위해 오래 투쟁해 온 옛 민주계를 대표하는 5선 의원으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원내대표로서 박근혜 대표와 호흡을 맞춰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벗자고 외쳤던 한나라당의 대표적 정치인 중 한 사람이다. 그는 지방선거 이후로 예정된 한나라당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로 나설 준비를 해 왔다. 누구보다 모범을 보여야 할 그가 부인을 통해 서초구청장 출마 희망자인 한아무개씨의 부인한테서 지난 2~3월 여러 차례에 걸쳐 4억4천만원이나 받은 것은 용납될 수 없다. 부인이 한 일이라 이달 초 한씨 쪽이 문제를 제기할 때까지 몰랐다는 변명은 이런 사건이 터지면 책임을 부인에게 떠넘기는 정치인들의 흔한 행태에 불과하다.

방송앵커 출신으로 한나라당 서울시당 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 의원 역시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만, 현재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정치적·법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2억1000만원의 돈이 든 케이크 상자를 바로 돌려줬는지 아닌지는 검찰 수사에서 드러나겠지만, 모피코트와 명품 핸드백, 수백만원대의 양주 등 2천만원 상당의 물품을 지난 연말에 받고는 자신의 말처럼 당에 넘길 때까지 두 달이나 지니고 있었다. “그것까지 돌려주면 공천에서 완전히 탈락했다고 생각할까봐 가지고 있었다”는 그의 말은 우스개에 가깝다. 상대가 화낼까봐 뇌물성 선물을 돌려주지 못했다는 얘기인데, 그럴 만한 말 못할 약점이 있는지가 오히려 궁금하다.

두 의원은 억울하다고 변명할 게 아니다. 법의 판단에 앞서 국민을 크게 실망시키고 정치를 타락시킨 점을 사죄하고, 의원직 사퇴 등 책임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국민의 대표로서 그나마 해야 할 마지막 봉사다. 한나라당이 소속 의원 수사의뢰라는 우리 정당사상 처음으로 단호한 조처를 취한 것은 나름으로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제보를 받고도 한 달 동안 미적거린 점과 당 안팎에서 경계했는데도 사전에 막지 못한 관리소홀 책임 등을 두고서는 당 지도부의 해명 사과와 함께 합당한 조처를 취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이번 두 사건이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공천에서 떨어진 사람들이 이 정도의 돈을 건넸다면 공천을 받은 사람들은 어떨는지 미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구청장 후보뿐 아니라 광역·기초의원 후보 공천과 관련한 소문과 투서도 정치권에 무성하다. 특히 이번부터 유급제로 바뀌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광역의원과 기초의원 공천을 놓고도 금품이 오간다는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 이미 대구에서 현역 의원에게 금품과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시의원 출마 예정자가 구속됐다.

한나라당에만 손가락질할 일도 아니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등식에서 공천헌금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지역적인 텃밭을 가지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국민중심당 역시 비리 소지가 있다. 철저하고 광범위한 검찰의 수사가 필요한 대목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