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14 20:15
수정 : 2006.04.14 20:15
사설
수협중앙회가 값싼 외국산 수산물을 국산으로 둔갑시키거나 냉동물을 갓 잡은 것처럼 속여 학교 급식용으로 납품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신선한 국내산’으로 철썩같이 믿은 소비자들은 ‘도대체 뭘 믿고 먹겠느냐’는 하소연이 절로 나온다. 이뿐 아니다. <한겨레>가 보도한 학교 쪽의 항의 일지를 보면, 수협이 납품한 급식 재료에선 녹슨 못과 타이어 조각, 파리와 벌레 등 상상할 수 없는 이물질이 나왔다. 곰팡이가 끼거나 심하게 변색됐지만 그냥 사용한 일도 있다니, 아이들 입으로 들어갔을 생각을 하면 아찔하다.
수협은 서울과 수도권 급식 학교 3곳 중 1곳에 수산물 식품을 납품하는 최대 업체다. 많은 직영 급식 학교들은 민간업체보다 납품단가가 훨씬 비싼데도 수협과 거래했다. 아이들한테 안전하고 신선한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덕분에 수협의 급식사업 매출은 5~6년 새 네 배나 불어났다. 이번 일은 이런 소비자의 믿음과 신뢰를 무참히 짓밟은 행위다. 수협은 중간 대리점들이 공문까지 보내며 여러 차례 품질 개선을 요구했지만 한 귀로 듣고 흘렸다고 한다. 원산지를 속이고 위생 기준을 어긴 법적 책임을 엄중히 물어야 할 것이다.
당국의 관리·감독 체계는 이번에도 총체적인 불감증을 드러냈다. 감독기관인 해양수산부는 제대로 감사 한 번 한 적이 없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위생 안전성 품질인증을 해마다 버젓이 갱신해줬다. 경찰이 5개월 동안 수사한 사실도 모르다 뒤늦게 검찰에 고발하고 특별 감사를 한다고 뒷북을 치니 한심한 노릇이다.
이 참에 당국은 수협뿐 아니라 농협과 축협 등이 납품하는 단체급식 재료의 안전성도 시급히 점검하기 바란다. 안전한 국산 먹거리를 급식 재료로 쓰자는 소비자 운동을 낯부끄럽게 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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