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20 18:34
수정 : 2006.04.21 09:53
사설
고려대가 보직교수들을 16시간 동안 잡아둔 학생들한테 ‘출교’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이유가 어찌됐건, 제자가 스승을 감금하고 스승은 제자를 학교에서 영구추방하는 현실은 답답하고 개탄스럽다. 학교 쪽은 중징계 사유로 해당 학생들이 전혀 반성 기미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금이라도 반성의 기미를 보여주길 기대했지만 소명 자리에서조차 정당성만을 주장했다고 한다. “인내심과 포용력이 완전히 무시당했다”는 담화문에선 비통함마저 느껴진다.
중징계를 부른 ‘교수 억류’ 사건은 이 대학 병설 보건대생들이 총학생회 투표권을 인정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비롯됐다. 학생들이 교수들을 가둬놓고 자신들 요구를 관철시키려 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은 것은 물론, 의사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불법 행위다. 동료 학생들이 집회까지 열어 이번 일을 비판했는데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면 교육적 차원에서라도 징계를 하는 건 옳다.
그러나 듣기에도 생소한 출교 처분을 내릴 정도였는지는 의문이다. 출교는 학적부에서 해당자의 기록을 완전히 삭제하는 것이다. 퇴학처럼 나중에 재입학할 수도 없다. 학생들이 반성하지 않는다고 최고 수위의 징계권으로 맞대응하는 건 다분히 감정적이며 비교육적이다. 교육적 효과는커녕 당사자들도 수긍하기 어려울 것이다. 징계는 합리성과 그에 걸맞은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징계를 하면서 학생들의 요구사항에는 아무 대책을 내놓지 않는 것도 균형잃은 처사다. 고대는 지난해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명예박사 수여식 방해시위 가담 학생들을 징계하지 않았다. 물론 총학생회장이 사과했다. 출교 조처는 재고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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