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4.30 19:57
수정 : 2006.04.30 19:57
사설
미국 로스앤젤레스 이민법원이 최근 한국 국적 탈북자인 서재석씨에게 망명을 허용했다고 한다. 항소 절차를 남겨두고 있지만, 이 판결은 북한 인권문제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우리 정부와 정치권에 간단치 않은 파장을 던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우려한 탓인지 미국 정부는 서씨 사례가 예외적인 판결이며, 정부 정책엔 변화가 없다고 해명했다.
사실 미국 정부는 2004년 10월 북한인권법 제정 뒤에도 무국적 탈북자에게만 예외적으로 망명을 허용했다. 한국 국적을 가진 탈북자는 예나 지금이나 배제됐다. 이들의 망명을 허용하려면, 한국에 정착하기 힘든 절박한 사유, 곧 한국 정부의 정치적 박해나 인권 유린을 인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이런 사례는 없었다. 게다가 외교 마찰도 감수해야 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예외적인 사례라지만 이민법원의 판결은 여러모로 우려스럽다. 법원은 서씨가 강제송환될 경우 북한으로부터 정치적 보복과 박해를 받을 수 있다고 판시했다. 1999년 한 차례 탈북했다가 중국에서 강제북송돼 고초를 겪었던 서씨의 경험이 고려됐을 법하다. 그럼에도 판결은 한국 정부가 서씨를 북송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제에서만 가능하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전제다.
이런 일이 오해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싶다. 그렇다면 정부는 미국 행정부에 우방으로서 책임있는 자세를 강조할 필요가 있겠다. 마땅히 항소 절차를 밟아, 한국의 인권상황이나 서씨의 북송 가능성, 그리고 안전 문제에 대한 판단을 법정에서 분명히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탈북자의 이민 요청을 통상적으로 처리하기를 기대한다. 슬그머니 빠져나가 미국에 망명신청을 한 탈북자들이 한국의 인권 상황을 왜곡하는 것은 참으로 보기 민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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