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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05 19:56 수정 : 2006.05.05 19:56

사설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만 보인다’라는 말이 있다. 아소 다로 일본 외상이 바로 그 꼴이다. 그는 지난 3일 미국에서 한 연설에서 “(일본은) 편협한 민족주의에 맞서 싸우겠다”라고 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과거사 왜곡, 독도 문제 등에 대한 한국·중국 등 아시아 나라들의 비판을 ‘편협한 민족주의’로 몰아붙인 것이다.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아소 외상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 안에서도 대표적인 국수주의자다. ‘망언 제조기’이기도 하다. 총무상 시절에는 역사를 날조해 “창씨 개명은 조선인이 희망했다”고 했고, 지난해 가을 외상이 된 직후에는 “인근 국가와는 좋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고 했다. 연초에는 “일왕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것이 제일”이며, 한국·중국은 야스쿠니 문제와 관련해 “입 다물고 있는 것이 최고”라고 했다. 일제 시절 1만명 이상의 한국인이 강제징용된 아소탄광 집안의 후손답다.

적반하장의 태도보다 더 심각한 것은 그를 비롯한 일본내 극우 정치인들이 내뿜는 광기다. 과거 일본 제국주의와 독일 제3제국을 주도한 사람들은 패망하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자민족이 최고라는 집단적 광기가 그들을 지배하고 있었던 탓이다. 일제는 대동아 공영권을, 아돌프 히틀러의 독일은 아리안족이 지배하는 세계를 최고의 선으로 내세웠다. 일제가 보기에 대동아 공영권에 반대하는 것은 ‘편협한 민족주의’였고, 아소 외상의 발언도 그 연장선에 있다.

고이즈미 정권이 적극 추진하는 미-일 동맹의 강화가 이런 적반하장과 광기를 덮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일본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이다. 아시아인은 물론이고 인류의 양심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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