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07 18:27
수정 : 2006.05.07 18:27
사설
안팎이 갑갑하다. 국제 유가가 치솟아도 어찌 해볼 도리가 없고, 안으로 눈을 돌리면 말로는 걱정하는데 행동에선 태평이다. 정부 쪽에선 대책다운 대책이 없다. 휘발유와 경유 판매가가 사상 최고가로 올랐지만 길거리는 여전히 자동차로 가득할 만큼, 석유를 아끼는 모습도 찾기 어렵다. 우리 경제에 고유가 내성이 커진 건 다행스러우나, 이렇듯 모두 팔짱만 끼고 있어도 되는 건지 걱정스럽다.
정부가 지난해 말에 예상한 올해 평균 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54달러였다. 유가는 이미 그보다 20% 넘게 올랐다. 석유자원 무기화 바람도 거세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을 수 있다는 경고가 엄포로만 들리지 않는다. 석유 소비량 세계 7위에 수입량 4위권, 유가가 10달러 오르면 한해 원유 도입비가 88억달러 가량 늘어나는 나라가 한국이다. ‘잘 되겠지’ 하며 강건너 불 구경하듯 할 수 없는 나라다.
국민과 기업, 언론은 정부가 안이하다고 질타한다.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정부만 바라보고 있을 일은 아니다. 모두가 석유 위기 불감증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큰 위기에 대비해 스스로 절약 체질을 키워가는 게 중요하다. 국민이 기름 한 방울 절약하면, 한 방울 생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각자가 석유 소비 행태를 돌아보고 어디서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고민해 봤으면 한다.
정부도 소비 절약을 유도할 방안을 찾는 데 머리를 짜내야 한다. 절약시설 투자에 대한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을 늘려서라도 석유 의존도를 낮춰 나가야 한다. 일부 학자들이 제시하듯, 휘발유·경유에서 거두는 교통세를 도로 확충 등 에너지 소비자 혜택을 늘리는 데만 쓰지 말고 절약 쪽 투자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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