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09 19:43
수정 : 2006.05.09 19:43
사설
대추리 사태를 두고 공권력 행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경찰력으로 강제집행을 밀어붙이고 연행자를 마구잡이로 가두려 하더니 마침내 군법으로 다스리겠다고 한다. 주민과 시위대를 ‘공권력 도전세력’으로 규정하고, 군·검·경을 총동원해 초강경 대응을 지속할 태세다. 대화와 설득은 간데없고 내친김에 밀어붙이겠다는 힘의 논리만이 가득하다.
물리력으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발상은 더 큰 갈등과 충돌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행정 대집행 다음날 대추분교에는 전국 각지에서 더 많은 시위대가 몰려와 군인들과 충돌했다. 애초 군-민 충돌은 없을 거라던 국방부 장관은 이틀 만에 말을 바꿔 경계병에 진압장비를 지급했다. 시위 대처 경험이 전혀 없는 젊은 장병을 무장시켜 분노한 시위대와 맞세워 놓고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길 바라는가. 계엄도 아닌 평화시에 민간인도 군 형법으로 처벌하겠다는 발상에 이르면 할말을 잃게 된다.
검찰은 무리한 인신 구속의 칼을 휘둘러댄다. 단순 가담자까지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가 무더기로 기각당했지만, ‘반미세력이 주도한 공안사건’을 엄단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 재벌 총수 구속을 뜸들이던 검찰 수뇌부가 대추리 연행자 처리를 놓고 고민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주민과 범대위는 이번 주말과 5·18 광주 민주화운동 주간에 대규모 집회를 열 것을 예고했다. 공권력에만 기댄 강경 대응으론 또다른 물리적 충돌을 피할 수 없다. 제 땅과 평화를 지키려는 이들의 호소를 줄기차게 외면해 온 정부는 강제집행 이후 사실상 대화마저 거부하고 있다. 국가권력이 국민을 힘으로 눌러 빚어진 역사적 불행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철조망을 걷어내고 대화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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