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09 19:44
수정 : 2006.05.09 19:44
사설
서울 광화문 앞 주한 미국대사관과 직원 숙소, 그리고 국군기무사령부가 옮겨가면 그 자리를 어떻게 꾸밀까. 원형으로 복원되는 광화문 일대, 새로 들어설 고풍스런 전통문화 거리와 정원, 미술관 거리공연 등은 우리를 아득한 시간 속으로 이끌지 않을까? 이런 상상을 하게 한 건 정부와 서울시였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서울을 역사문화 도시로 조성하겠다고 했고,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경복궁 정문으로서 광화문과 담장 그리고 월대를 복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시가 최근 동십자각 앞 도로 건너편의 종로구 중학동 재개발구역에 높이 80m(지상 22층, 지하 6층)의 초고층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수 있게 슬그머니 허락한 것은 해괴한 일이었다. 광화문은 국가지정 문화재가 아니고, 동십자각은 서울시 지정 문화재여서 50m 밖에서는 고도제한을 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라고 서울시는 설명한다. 그러나 광화문 일대의 복원 및 문화재 지정 계획과 일정을 잘 알고 있는 서울시가 그런 결정을 한 것은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한다. 문화재 지정 전에 서둘렀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다행히 문화재청은 오는 18일 문화재위원회 사적분과회의에 경복궁 사적확장 예고안을 상정할 계획이라고 한다.
서울시는 스스로 결자해지를 하기 바란다. 서울의 역사문화 유산과 자연은 세계적 자랑거리다. 백운대에서 뻗어내린 북악·인왕·낙가산이 아늑하게 감싸안은 경복궁·창경궁·덕수궁·경희궁·종묘 등 500년 전통문화, 그리고 이를 호위하는 남산과 한강은 유례없이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그러나 지금 이런 조화는 멋대로 지어진 고층빌딩들로 완전히 파괴됐다. 그나마 복원 가능성이 있는 경복궁 인근의 조화마저 서울시가 깨뜨려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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