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0 19:56
수정 : 2006.05.10 19:56
사설
몽골을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이 그제 새 대북정책의 몇 가지 방향을 밝혔다. 음식점에서 연 동포 간담회 자리인데다 답변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짜임새는 부족하지만 국민과 주변국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하다. 적극적으로 해석하면 새 ‘노무현 독트린’의 총론 일부를 펼쳐보였다고 할 수 있다.
가장 주목되는 대목은 북한에 “많은 양보를 하려고 한다”며 “제도적·물질적 지원을 조건 없이” 하겠다고 밝힌 부분이다. 제도와 물질이 어디까지를 포함하는 것인지 궁금하거니와 ‘조건 없이’라는 표현은 이전과 분명히 다르다. 핵문제 해결과 남북 관계 발전을 병행하는 이제까지 정책 기조를 바꿔, 남북 관계를 먼저 진전시킨 뒤 이를 바탕으로 핵문제 해결을 유도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지난달 장관급 회담에서 남쪽이 제의한 함남 단천 자원특구 지정 등과도 맥락이 닿는다.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해 “언제 어디서 무슨 내용을 얘기해도 좋으니 만나자”고 한 것도 과거와 차이가 있다. 노 대통령은 핵문제 해결 진전이라는 사실상의 조건을 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한-미 연합훈련에 대한 북한의 우려도 이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핵문제가 가닥이 잡힌 이후 정상회담을 여는 이른바 ‘출구론’에서 정상회담을 통해 핵 등 여러 현안의 해결책을 찾아가는 ‘입구론’ 쪽으로 돌아선 셈이다.
이런 방향 전환은 현실적으로 타당하다. 6자 회담이 반년 넘게 중단된 상황에서 새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중대 제안’을 비롯해 지난 몇 해 동안 교착상황에서 새 길을 연 것은 늘 한국이었다. 특히 다음달로 예정된 김대중 전 대통령의 방북과 새 대북 정책이 상승효과를 내도록 해야 한다.
분단체제의 최대 피해자인 남북이 관계를 진전시키는 것은 역사적 당위다. 하지만 대북정책 전환은 적어도 몇 해는 내다보고 치밀한 검토를 거쳐 이뤄져야 한다. 그리고 정책 전환의 이유와 목표, 수단 등이 국민에게 소상하게 설명돼야 한다. 야당의 주장대로 이번 발언이 지방선거에 영향을 주고자 나온 선거용이어선 물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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