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1 21:18
수정 : 2006.05.11 21:18
사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취임 때 “부동산도 통화정책과 관련해 중요한 부분”이라며, “불확실성의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과 선제적 통화정책 필요성을 강조한 말이었다. 그렇지만 콜금리는 지난달에 이어 이 달에도 동결됐다. 아쉬움을 남긴다. 이 총재 체제에서도 통화정책다운 정책은 보기 어렵지 않겠냐는 회의도 든다.
한은이 발표한 통화정책 방향 전문을 보면 헷갈린다.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설비투자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했다. 물가 상승압력이 잠재돼 있으며, 부동산 가격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했다. 대출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했다. 이런 진단에다 이 총재의 취임 일성을 겹치면 금리인상 조처가 나올 법도 했다. 선제적 통화정책은 말로만 있을 뿐이라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경기회복 속도 둔화와 원-달러 환율 하락이 부담스럽긴 했을 터이다. 하지만 뒤따라 가는 통화정책으로는 금리 인상 시기를 잡을 수 없다. 돌이켜보면, 경기 상승기나 하강기나 모두 한은은 소극적이었다. 그때마다 나온 이유는 ‘상승세를 꺾을까봐’, 혹은 ‘침체를 가속화할까봐’였다. 총대는 메지 않겠다는 것이다. 한 원로 경제학자는 통화정책이 있기나 하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2004년 6월 이후 16차례나 금리를 올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와 너무 대조되는 모습이다.
한은이 경기에 신경을 쓰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금은 금리가 투자 등 경기에 줄 영향은 적고, 자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큰 국면이라고 본다. 부동산 거품이 키워진 데는 돈을 넘치도록 풀어온 한은 책임이 크다. 좀더 책임있는 통화정책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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