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1 21:24
수정 : 2006.05.11 21:24
사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국제 경쟁력 평가에서 우리나라 순위가 지난해 29위에서 올해 38위로 떨어졌다. 경제 성과와 발전 인프라 부문은 지난해와 엇비슷한데 정부와 기업의 효율성이 중하위권으로 밀려난 게 주된 요인이다. 유가·환율 등 경제 여건이 가뜩이나 불안한 상황에서 국가 경쟁력마저 뒷걸음질이라면 걱정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세계경제포럼(WEF)과 함께 해마다 국가 경쟁력 순위를 매기는 이 기관의 평가 기준과 방식이 여러모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두 곳 모두 각국의 경제 통계와 기업인 대상 설문조사를 절반 정도씩 반영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평가의 절반이 주관적인 것이어서 조사 시점의 상황과 경제 외적 환경에 따라 편차가 클 수밖에 없다. 노사 관계, 노동 유연성, 금융감독 시스템 등의 항목은 늘 하위권을 맴도는 반면, 경영자의 개혁성과 국제경험은 상위권을 유지하는 등 ‘기업 편향’이 두드러진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나라의 중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이 한두해 만에 오락가락하는 것 자체가 평가의 한계를 잘 보여준다.
각 나라의 경쟁력을 비교하는 참고자료로 활용하면 될 사안을 두고, 정부의 비효율이 문제라는 식으로 몰아가는 건 올바른 진단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가진 일본은 늘 10위권 밖이지만 경쟁력이 추락했다고 호들갑을 떨지는 않는다.
하지만 순위가 오르면 치적으로 치켜세우고 떨어지면 평가의 신뢰성을 문제삼는 정부 태도는 염치없다. 2004년 세계경제포럼 발표 순위가 급락했을 때도 정부는 대통령 탄핵과 대선자금 수사 등의 외부 조건만 탓했다.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정책 일관성조차 바깥 탓으로 돌릴 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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