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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2 20:29 수정 : 2006.05.12 20:29

사설

어제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검찰은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 연구팀의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성수대교 붕괴사고에 비교했다. 연구 데이터를 조작하고, 조작 논문으로 세계 과학계를 농락하고 정부와 민간의 후원금을 타냈으며, 너나없이 연구비 횡령에 나섰고, 횡령한 연구비 일부를 정치인의 정치자금으로 대줬으며, 윤리 준칙을 밥 먹듯이 어겼고, 논문조작을 조직적으로 은폐하고, 거짓말로 일쑤 대중을 현혹시켰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사법부의 판단이 남긴 했지만,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학문적 조사에 이은 사법 차원의 검찰 수사로 이제 사건의 실체는 대부분 드러나고 확인됐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사태가 정리된 것은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그대로 남아 있다.

이 사건의 본질은 연구자가 과학의 생명이라 할 윤리와 진실성을 철저히 유린했고, 이를 통해 명성과 부를 획득했다는 데 있다. 전 세계를 상대로 한 사기 행각이었기에 우리 학계는 신뢰성에 치명상을 입었다. 땅에 떨어진 신뢰의 회복은 학계나 국가가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금까지 해온 진실 규명은 신뢰 회복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것에 불과하다. 관련자에 대한 엄중한 심판으로 재발 가능성을 차단해야 신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서울대의 징계는 물론 검찰의 조처 역시 사태의 엄중함에 비추어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황 교수만 파면하고 나머지 연구자나 공동저자들은 정직 처분으로 얼버무린 서울대에 이어 검찰도 불구속 기소로 꼬리를 내렸으니, 이래서야 누가 경종으로 삼을 것이며, 어느 누가 우리의 윤리성과 진실성에 대한 의지를 인정할 것인가. 악조건 속에서 논문 조작의 진실을 밝히는 데 앞장서 우리 학계의 자정 능력을 세계인에게 자랑했던 생물학정보센터(브릭)나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소장 연구자들의 노력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이 사건은 검찰 말마따나 한국 사회의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낸 것이다. 젊은 연구자마저 한탕주의에 빠졌고, 중견 학자는 다른 사람의 논문에 제 이름 올리는 데만 혈안이었다. 학교는 물론이고 국가의 검증 기능은 완전히 마비돼 있었다. 서울대와 한양대의 기관윤리심의위원회는 연구자의 불법 및 조작 행위에 면죄부나 주는 구실만 했다. 국가 기구인 생명윤리위원회는 사후약방문이나 처방했다. 정부 기관들은 무방비 상태로 사기에 놀아나 국민의 세금을 퍼줬다. 줄기세포 연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했던 정치권, 국가주의의 광기에 사로잡힌 언론들은 사기꾼의 나팔수 노릇을 했다. 일부의 진실 규명 노력을 반국가적 행위로 매도하기도 했다.

서울대와 검찰만 나무랄 순 없다. 이런 행태는 이익을 위해선 윤리와 생명의 가치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우리의 왜곡된 의식 속에서 싹텄기 때문이다. 모두가 통렬히 반성해야 하나, 그렇지 못한 게 두번째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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