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5 21:47
수정 : 2006.05.15 21:47
사설
스승의 날이었던 어제, 전국 초·중·고교 10곳 가운데 7곳이 학교장 재량으로 휴업했다고 한다. 스승의 은덕을 기리고 고마움을 전하는 날, 대부분 학교의 선생님과 제자는 상종을 회피했던 것이다. 이유는 촌지 수수로 말미암은 잡음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국가청렴위가 지난 10일 촌지 수수는 물론 학부모회의 찬조금에 대해서도 강력히 처벌하겠다고 한 것이 발단이 됐다.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를 떼어놓지 않고서는 반교육적 행태를 제어하지 못할 만큼, 스승의 날이 본래 궤도에서 멀리 벗어났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이것은 대학의 현실에 비하면 약과다. 일부 대학은 사제 간 전쟁 중이다. 고려대는 사형선고와도 같은 출교처분을 7명의 학생에게 내렸다. 충분히 납득할 만한 요구를 교수들은 수용하지 않았고, 학생들은 이런 교수들을 힘으로 몰아붙였다. 12%라는 파격적인 등록금 인상을 놓고 맞서는 연세대에선 50여일째 사제 간에 대화다운 대화 한번 이뤄지지 않았다. 엉뚱하게 교권 침해 논쟁만 가열되고 있다. 이화여대에선 등록금 과다인상에 항의하는 학생 농성장을 학교가 강제 철거했고, 동덕여대에선 학생회를 인정할 수 없다고 선언해 학생과 학교가 불퇴전의 싸움을 하고 있다.
교육이란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입력하듯이 학생에게 특정 지식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다. 자율적으로 사고하고, 문제를 풀어가고, 함께 살아가고, 소통하는 법을 익히도록 하는 게 교육이다. 그래야 널리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 학교는 대화와 소통 대신 명령과 순종의 권위주의적 체제로 회귀하려 한다. 교권을 앞세워 권위를 세우고, 기업과 재력가의 요청에 따라 학생들을 순응하는 지식노동자로 키우려 한다. 이에 학생들은 집단의 힘을 빌려 교권에 맞서고 있으니, 대화는 사라지고 충돌만 일상화했다.
1958년 충남 강경여고 적십자회 학생들은 은퇴한 선생님이나 병석에 누운 선생님을 위문하기 시작했다. 이것이 64년부터 스승의 날로 기념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날이지만, 이제 사제가 떨어져 ‘노는 게 속편한 하루’가 됐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이날마다 학생에게 반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차라리 스승의 날이 없느니만 못해졌다. 이제는 선생님들이 스승으로서 제구실을 다하는지도 되돌아봐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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