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6 18:52
수정 : 2006.05.16 18:52
사설
미국이 리비아와 외교 관계를 전면 복원한다고 발표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가 미국내 리비아 외교관들을 추방한 지 25년여 만이다. 리비아는 한반도 여덟 배의 국토에 600만명이 안되는 인구가 사는 아프리카 북부 산유국이다.
리비아는 북한과 여러 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사회주의 국가이고 무아마르 가다피 국가원수가 37년 동안 장기집권을 하고 있다. 미국과는 수십년 동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해 왔다. 북한과 리비아는 이란·쿠바 등과 함께, 미국이 매년 지정하는 단골 테러지원국이다. 90년대 이후 안보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하면서도 미국과 관계 개선을 추구해 온 점도 비슷하다.
리비아는 2003년 12월 미국과 대량살상무기 프로그램 폐기에 전격 합의했다. 핵무기 시설은 이후 미국으로 옮겨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그 대가로 2004년 2월 리비아 수도 트리폴리에 이익대표부를 개설했으며, 앞으로 곧 대사관을 열고 테러지원국 명단에서도 뺄 예정이다. 미국이 북한과 이란에도 강조하는 ‘리비아 모델’은 이렇게 ‘핵폐기 먼저, 보상 나중’이 핵심이다.
하지만 리비아와 북한은 다른 점도 많다.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맞닿은 동북아의 전략적 요충지에 있는 것과 달리 리비아는 중동의 변방에 있다. 곧, 미국의 세계전략에서 가치가 다르다. 북한 정권이 느끼는 위기감도 훨씬 크다. 북한은 미국이 인권문제 제기와 금융제재 등을 통해 정권교체를 꾀한다고 의심하는 반면, 리비아는 체제 유지 면에서 압박감이 덜했다. 또 리비아는 산유국이어서 핵포기 이후에도 미국과 협상할 수 있지만, 북한으로선 확실한 보장 없이 핵을 포기하고 나면 일방적으로 밀릴 것으로 생각할 법하다. 리비아는 핵 개발 초기 단계였으나 북한은 이미 핵무기 보유를 선언한 점도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는 ‘북한 모델’이 리비아 모델과는 다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실제로도 그렇다. 6자 회담의 주요 목표는 북한의 핵포기와 미국 등 관련국의 보상이 동시에 이뤄지도록 틀을 짜고 약속 이행을 보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6자 회담이 반 년 이상 중단된 이유도 모델 문제가 아니라 미국과 북한이 회담에 집중하지 않는 데 있다. 미국 강경파는 대북 압박에 골몰하고 북한은 다시 대결을 준비하는 조짐을 보인다. 북한 모델이 진전되려면 양쪽 모두 바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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