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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8 21:46 수정 : 2006.05.18 21:46

사설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억지 주장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제는 분노를 넘어서서 안쓰러울 정도다. 고이즈미 총리는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가 계속 물의를 일으키자, 세계에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시비를 거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뿐이라고 강변했다. 다른 나라들은 아무 관심이 없으니까 떠들려면 떠들어보라는 오만한 발상에서 나온 것이다.

고이즈미의 이런 역사 인식을 다름아닌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이 지적하고 나섰다. 한국을 거쳐 방일한 아난 총장은 그제 일본이 2차대전의 또다른 패전국 독일처럼 반성과 유감의 뜻을 표명하면 이웃나라들과의 관계 개선이 이뤄질 것이라고 충고했다. 그는 한-일 관계가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일이라고 말하고 한국이 문을 닫고 있는 것이 아니니 노력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

양국 사이 문제에 끼어들기가 쉽지 않은 그의 이런 고언에 대한 고이즈미 총리의 답변은 듣는 이의 귀를 의심하게 만든다. 그는 자신의 취임 이래 한-일, 중-일 관계가 전에 없이 좋다고 주장하고 야스쿠니 문제 때문에 정상회담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지론을 되풀이했다. 고이즈미 총리 자신이 동아시아 3국의 정상회담 무대에서 사실상 배척당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이상기류가 없는 것처럼 행동한다. 마냥 능청을 부리는 것인지, 아니면 둔감해서 아무런 느낌이 없는 것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다.

고이즈미 총리가 아시아 이웃들을 백안시한 채 조지 부시 미국 행정부의 정책만 충직하게 추종한다고 해서 문제가 봉합되지는 않는다. 미국 정계나 학계의 아시아 전문가들 사이에서조차 고이즈미 총리의 막무가내식 행태를 두고 짜증 분위기가 번지고 있다. 그의 억지 주장을 방치할 경우 미국의 국가이익이 저해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헨리 하이드 하원 외교위원장이 지난달 데니스 해스터트 하원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고이즈미 총리가 방미 기간 중 하원에서 연설하려면 야스쿠니 신사 참배 중지를 약속해야 한다고 못박은 것은 이런 기류를 반영한 것이다.

참다 못한 한국·일본·대만의 시민단체들이 일본 정치지도자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저지하기 위한 연대행동에 나선다고 한다. 일부 정치인의 사려 깊지 못한 처신이 동아시아의 화해와 협력 기운을 얼마나 해치고 있는지를 따지는 대토론이 일본 안에서 벌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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