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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19 19:33 수정 : 2006.05.19 19:33

사설

우리 아이들이 체격은 커지는데 체력과 체질은 갈수록 떨어져 ‘덩치 큰 약골’이 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교육부가 초·중·고교생 12만명을 조사한 결과, 지난해에도 지구력과 유연성이 전년보다 더 떨어지고 비만·근시·피부질환 등은 더 늘었다고 한다. 이대로 가다가는 아이들의 건강이 심각한 지경에 이를 것이란 경고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진단은 이미 나와 있다. 고열량·고지방 음식에 절대적으로 낮은 운동량, 과도한 공부 부담이 아이들을 ‘체격은 성인, 체력은 노인’으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단박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런 환경을 바꾸려 노력하기는커녕, 점점 더 아이들을 ‘공부하는 기계’로 내몰고 있는 게 현실이다.

대표적인 게 학교 체육시간의 축소·폐지다. 현재 고교 2·3학년생 4명 중 1명은 체육수업을 하지 않는다. 중3과 고1은 주당 3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었다. 2000년부터 선택과목으로 바뀌면서 체육을 아예 없앤 학교가 늘어난 탓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여학생일수록 더 심하다. 고3 여학생은 전체의 41%가 외면한다. 가뜩이나 운동량이 적은 마당에 잠시나마 뛰고 땀 흘릴 기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다. 체육 대신 다른 입시과목 수업을 더 늘렸다니 숨이 턱 막힌다.

학교와 지역사회에 마음껏 운동할 수 있는 기반이 거의 없는 현실에서 대안도 없이 체육시간을 줄인 건 잘 이해되지 않는다. 학교 자율이라고 하지만 일반과목 2~3개와 묶어 선택해야 하는 탓에 부득이 체육을 포기하는 학생들도 많다고 한다. 수업 내용도 문제다. 단지 공 하나 던져주거나 따분한 국민체조로 채워진 수업은 내신 점수따기에 그칠 수밖에 없다. 아이들의 욕구와 흥미를 충족시킬 다양한 운동 모델을 제공한다면 외면을 받을 이유가 없다.

선진국의 명문 학교들은 아이들한테 공부만큼이나 열심히 운동을 시킨다. 체력과 건강을 위해서뿐 아니라 체육수업의 교육적 가치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단축 마라톤에서 낙제한 아이들은 부모를 불러 자동차 통학 여부 등을 따져 함께 대책을 마련한다고 한다. 체력 저하를 걱정하면서 정작 ‘운동할 시간에 공부나 하라’고 아이들을 내모는 건 부끄러운 일이다. 학교에서 사라져가는 체육시간부터 살려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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