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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1 21:40 수정 : 2006.05.22 14:47

사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 피습 사건은 경악스런 일이 아닐 수 없다. 박 대표는 그제 저녁 지방선거 지원유세 도중 오른쪽 빰을 60여 바늘이나 꿰매는 깊은 자상을 입었다. 조금만 상처가 깊었다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누구보다 가장 큰 충격에 빠져 있을 박 대표의 빠른 안정과 회복을 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제1 야당의 대표이자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가 생명을 위협받는 사태가 빚어진 사실에 많은 국민이 충격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이번 사건의 진상을 한점 의혹 없이 철저히 밝혀내야 할 수사기관의 책임이 막중한 이유다. 현장에서 붙잡힌 용의자 지아무개(50)씨는 미혼으로 치매 증세가 있는 노모가 있고 폭력 혐의 등으로 14년여를 복역한 평범하지 않은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경찰에서 “민주주의가 희석돼 아무 잘못이 없는데 오랜 기간 실형을 살았고, 억울함을 진정해도 도움을 받지 못한 불만 때문”에 일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박 대표의 일정을 미리 확인하고 문구용 칼을 준비하는 등 범행을 사전에 계획한 정황도 드러났다.

진술만 놓고 보면 사회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기 위해 범행을 했다는 것인데, 단순한 위협이 아닌 극단적 위해 행위를 한 점과 하필이면 야당 정치인을 테러 목표로 삼은 점 등 선뜻 이해되지 않는 구석이 있다. 용의자의 행적과 주변 인물을 철저히 수사해 범행 목적은 물론 배후와 공모자가 있는지를 철저히 가려내야 할 것이다.

경찰의 초동 대처와 수사는 안이했다. 신고한 지 수십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고, 용의자가 술을 먹었다는 섣부른 발표도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정치인과 유권자의 대면 접촉이 잦은 선거 기간에 유세장 등의 안전 대책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도 의문이다. 대통령과 총리가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꾸려 철저히 수사할 것을 지시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당연한 조처다.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가 어떤 ‘정치 폭력’도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확인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우리는 광복 이후 정적을 제거하고 야당을 탄압할 목적으로 정치인에 대한 폭력과 테러가 횡행했던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자유당 정권 시절에는 정치 깡패가 흉흉했고, 유신 시절에는 야당 정치인에 대한 공격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다. 민주화가 진전된 이후에는 간혹 달걀이나 밀가루를 세례를 받는 일은 있었어도 이번처럼 직접적인 생명의 위해를 당한 경우는 없었다. 민주주의가 성숙하고 정착하면서 사라졌던 정치 폭력의 망령이 되살아나선 안 된다.

성급한 정치적 해석 또한 경계해야 한다. 여야 지도부와 주요 후보자들은 선거 유세를 잠정중단하고 폭력 사태를 한목소리로 규탄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정치 테러’로 규정한 반면, 열린우리당은 ‘선거 폭력’으로 규정하는 등 미묘한 시각차를 드러내고 있다. 여야 사이에 날선 공방이 벌어지는 지방선거 기간이어서 또다른 폭력 사태가 불거지지 말란 법도 없다. 신중하고 합리적으로 사태를 풀어갈 책임이 정치권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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