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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2 19:45 수정 : 2006.05.22 19:45

사설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고속철도(KTX) 여승무원 280여명이 일터를 잃고 거리로 나앉게 됐다. 지난 19일의 최종 업무 복귀 시한이 지나자 철도공사 쪽은 더는 고용을 보장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다시 대량 정리해고 희생자들이 나오게 생겼다.

여승무원들은 고속철도 개통 이후 지금까지 2년 동안 한국철도유통(옛 홍익회) 소속으로 철도공사에 파견돼 일해 왔다.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기대하며 입사했으나 현실은 열악한 비정규직 파견 노동자였다. 그나마도 묵묵히 참고 일했으나 지난해 말 회사 쪽이 선별 재계약 의도를 내비쳐서 참을 수 없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한 파업이 80일을 훌쩍 넘겼다.

그 사이 철도공사는 승무원 위탁업무를 철도유통에서 케이티엑스관광레저라는 또다른 자회사로 넘겼다. 기존 승무원에게는 채용에 응하면 계속 일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하지만 승무원들은 철도공사의 직접 고용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주장하며 파업을 계속할 방침이다. 철도노조도 이 문제를 쟁점화하겠다는 태도여서 사태 장기화는 피하기 어렵다.

승무원들의 현실은 파견직 노동자들의 차별 문제뿐 아니라 공공 부문 구조조정과 정부의 관련 정책 문제까지 보여준다. 철도 승무 업무는 철도공사 쪽의 직접 지휘를 받는 일이고, 전체 승무원 가운데 유일하게 이 여성들만 파견직이다. 상황이 이렇게 된 건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구조조정 때문이다. 철도공사는 고속철도 개통에 따라 늘어난 업무를 자회사에 위탁함으로써 구조조정의 모양만 갖추려고 했다. 이는 물론 정부의 공기업 정책과도 연결된다.

고속철도 승무원 문제는 정부가 비정규직의 고통을 덜어줄 의지가 있는지, 또 정치권은 그들을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승무원들이 국회헌정회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 선거대책본부를 돌아다니며 농성하는 동안 누구도 문제를 풀어줄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고속철도 승무원 정리해고 사태는 280여명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정부와 정치권이 말로만 비정규직 억제를 외치는 한 제2, 3의 희생자들이 이어지는 걸 막을 수 없다. 악순환을 끊기 위한 첫걸음은, 철도공사의 승무원 직접 고용을 위해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이 나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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