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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스런 변협 회장의 취임사 |
천기흥 대한변호사협회 신임 회장이 “특정 정파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해 벌이는 사법 개혁은 개혁이 아니라 개악”이라며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어제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또 시민단체에서 대법관 후보를 추천하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내보였다. 변협 회장의 이러한 발언은 시대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어서 실망스럽다.
사법 개혁 작업은 1년여 논의를 거쳐 법조인 양성, 국민의 사법 참여 등 5개 분야 개혁안의 대강을 마련해 구체적으로 추진해 가는 단계에 있다. 사법 개혁안은 법률 서비스 수요자보다 공급자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대법원 개혁에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받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50여년 유지된 묵은 사법제도를 새 환경에 맞춰 바꾸는 큰 디딤돌을 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는 변호사협회가 참여해 활발한 의견을 냈음은 물론이다.
사법 개혁안에 대해 구체적인 의견을 내고 토론하는 것은 좋지만 법조계와 학계, 시민단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해온 작업을 뭉뚱그려 ‘특정 정파를 위한 것’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고 사려 깊지 못한 일이다. 그는 법학대학원(로스쿨) 도입에 대해 정원을 늘리려는 ‘은폐된 목적’이 있다며, 정원을 늘리지 않는다면 이의가 없다고 말했다. 로스쿨 제도는 고시낭인을 없애고 법학 교육을 정상화할 필요가 있는데다, 법학 교육이 법조인 선발이 아닌 양성 중심으로 가야 한다는 취지에서 도입하기로 한 것이다. 변협 회장이 법과 정의의 중심에 서지 않고 변호사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급급한 듯한 모습을 보여서는 곤란하다.
대법원이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하고 소수자, 약자의 이해를 포용해야 한다는 시민사회의 요구는 설득력이 있다. 연공서열식 대법관 인선으로는 이를 달성할 수 없다. 시민단체의 이런 주장을 깎아내릴 일이 아니다. 변협 회장은 국민에게 법률 서비스를 높이고 변호사 윤리를 다잡는 일에 충실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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