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북특사 추진 구체화해야 |
김대중 전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의 해법과 관련해 귀담아 들을 만한 얘기를 했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과의 회견에서, 대북한 특사의 필요성을 제기하며 특사의 조건까지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자신이 특사로는 적합하지 않다면서도,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초청이 있으면 북쪽에 가서 민족 문제를 상의할 뜻이 있다고 밝혔다.
지금 핵 문제는 북한과 미국이 전면 대결로 치달을 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협상안을 만들어 다시 6자 회담에서 마주앉을 것인지를 가름할 고비에 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고위급 협의를 계속하고 중국이 고위인사를 평양에 보내 회담 참가를 설득하는 것도 상황이 그만큼 긴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한반도와 관련된 문제는 우리가 주도한다’고 밝혀온 정부는 마땅한 대북 대화 통로조차 갖추지 못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 대북특사의 필요성이 큰 연유다.
김 전 대통령은 “(북한 핵 문제를) 평화적으로 대화로 해결한다면 결국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미국이 뭘 내놓느냐 하는 것”이라며 남북과 미국의 평화협정을 통한 북한 체제안전 보장, 한·미·일과 북한의 수교 및 일본의 과거사 배상, 국제 금융기구의 대북 차관 제공 등을 예로 들었다. 특사는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북한을 설득하되, 김정일 위원장이 부채로 느끼고 있다는 2차 남북 정상회담도 함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한겨레〉가 리서치플러스에 맡겨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3.8%가 “먼저 남북 정상회담을 열어 핵 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열어야 한다”고 답했다.
정부는 김 전 대통령의 제안을 진지하게 검토해 구체화하기 바란다. 그는 “돌아와서도 대통령 옆에서 보좌하고, 필요하면 또 가고 할 사람”이 특사로 적합하다고 했지만, 1994년의 핵 위기 때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타결책을 이끌어냈듯이 김 전 대통령을 내세우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