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4 19:14
수정 : 2006.05.24 19:14
사설
외환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이 한국 정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미국 뉴욕 맨해튼 힐튼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한국내 반외국자본 정서가 우리의 한국 투자를 매우 불확실하게 만들고 있다”며 “모든 우리 조직원들을 상대로 진행되는 조사에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적반하장에도 분수가 있는 법이다.
뒷간 갈 때와 나올 때 마음이 다르다지만, 그 자신이 한국을 방문해 “론스타 투자 활동에 대해 벌어지는 여러 논란에 대해 한국 국민과 정부에 사과한다”고 한 게 한 달 전이다. 4월 방한 때는 “외환은행 매각 차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더니, 이제 다시 “납부할 의무가 없다”고 한다. 말에는 방자함도 묻어 나온다. 예컨대, “검찰 수사와 감사원, 국세청 조사가 반외국자본 정서에 영향받지 않길 기대한다”는 말에서는, 한국을 법을 제멋대로 적용하는 나라쯤으로 보는 시각이 배어 있다. 지난주 국민은행과 외환은행 매각을 위한 본계약을 맺었으니 ‘볼 일은 다 봤다’는 생각인 듯하다.
반외국자본 정서 운운은 본말이 바뀌었다. 론스타를 두고 여론이 나쁜 건, 외국자본이어서가 아니다. 한국에서 보인 행태 때문이다. 법 경계를 넘나드는 방법으로 탈세했다는 의혹을 사고, 투자하는 곳마다 감원과 과다 배당 등으로 돈을 빼가는 데 골몰했다. 몇몇 관계자는 조세 포탈과 외화 밀반출, 배임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어느 정부인들 뒷짐지고 있겠으며, 어느 국민인들 기꺼워하겠나. 제 눈의 들보부터 살펴야 한다.
그가 금융시장 본바닥에서 반외국자본 정서를 들먹인 데는, 우리 정부를 압박해 검찰 수사 등을 조속히 매듭짓게 해보려는 뜻도 읽힌다. 그래야 외환은행 매각 대금을 빨리 받고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일 터이다.
정부마저 감정적으로 대응할 필요는 없다. 그렇지만 수사나 매각 승인 절차 등을 더 엄정히 해야 할 이유는 덧붙여졌다. 어물쩍하면 일개 펀드에 한국 정부가 휘둘렸다는 조롱을 들을 판이다. 론스타 사건을, 더는 외국 투기자본이 한국 시장을 ‘놀이터’쯤으로 생각하지 못하게 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투자 여건은 좋게 해주되 일탈 행위는 엄정히 다스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외국자본을 둘러싼 오해를 씻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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