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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24 19:14 수정 : 2006.05.24 19:14

사설

북한이 어제 역사적인 경의선·동해선 열차 시험운행을 하루 앞두고 갑자기 무산시킨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앞서 2004년과 2005년에도 월 단위로 시험운행 시기를 잡았다가 불발로 그친 적이 있으나, 이번에는 남북 당국이 날짜는 물론이고 분 단위 행사 계획까지 합의한 상태였다. 6자 회담이 반년 이상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 관계 전반에 줄 부정적인 영향도 예상된다.

북쪽이 내세운 이유는 더더욱 납득이 되지 않는다. 북쪽은 두 가지 이유 중 하나로 “남쪽에서 친미극우 보수세력이 … 나라의 정세를 극도로 험악한 대결과 전쟁 방향으로 끌고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쪽에서 남북 관계 진전에 소극적인 사람들이 있긴 하지만 ‘대결과 전쟁’을 거론하는 건 터무니없다. 또한 북한이 우려 차원에서 현실을 과장했다 하더라도, 그렇기 때문에 남북 관계를 적극 진전시켜야 할 일이지 시험운행을 취소할 근거는 되지 못한다.

다른 이유로 든 군사적 보장조처 미합의도 궁색하다. 북쪽은 지난주 열린 장성급 회담에서 군사적 보장조처는 실무회담에서 논의하지고 했으나 이후 남쪽의 실무회담 제의에 응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경제협력추진위원회(경협위)에서는 열차 시험운행 세부 계획에 합의했고, 남쪽은 이를 북쪽 전체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북쪽 당국이 이를 뒤집은 것은 선의로 해석하더라도 자신들 내부에서 기본적인 의사소통조차 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만약 남쪽과의 관계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지렛대로 삼기 위해 전술적으로 처신한 것이라면 더 실망스럽다.

열차 시험운행 무산에 따라 다음달 김대중 전 대통령의 열차 방북도 아주 어렵게 됐다. 대북 경공업 및 쌀 차관 지원 문제 등을 논의할 다음 경협위 회의와 6·15 관련 행사도 영향 받을 수 있다. 그러지 않아도 위폐·경제제재를 둘러싼 북-미 대립과 탈북자 문제에다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준비설 등으로 한반도 정세가 꽉 막힌 때다. 남북 관계까지 경색시켜서는 북쪽도 더 어려워질 뿐이다.

문제를 푸는 길은 최대한 빨리 열차 시험운행 날짜를 다시 잡는 것이다. 북쪽도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시간을 두고 시험운행을 기다릴 것”이라고 여지를 두고 있긴 하다. 그런데 분위기를 조성할 책임은 대부분 북쪽에 있다. 북쪽의 현명한 결정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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