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5 18:22
수정 : 2006.05.25 18:22
사설
기자의 과반수가 신문의 사회적 책임과 다양성을 위해 만들어진 신문법의 기본 취지에 동의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위헌 논란이 벌어지고 있는 신문법과 언론중재법을 두고, 한국언론재단이 신문·방송·통신사 기자 311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다. 특히 편집인을 ‘발행인이 선임한 자’가 아닌 ‘편집에 책임을 지는 자’로 규정하고 편집인의 자율적 편집을 보장해야 한다는 조항은 4명에 3명꼴로 법 취지에 동의했다고 한다.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 이 조사는 주의깊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기자들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객관적이고 공정하다거나 전문적이라는 뜻에서가 아니다. 언론의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동시에, 법으로 자신들의 활동이 세세히 규정되는 게 결코 달가울리 없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편집인의 자율적 편집 보장’ 조항에 동의하는 이들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는 건 특히 주목할 만하다. 기자들은 언론사 사주 또는 정부나 광고주 등 외부세력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는 걸 중시한다는 것인데, 거꾸로 현실이 별로 그렇게 자율적이지 못하다는 해석도 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조선일보〉 등 세 보수신문 기자들 가운데서도 이 조항 취지에 동의한다는 응답(46.7%)이 위헌 주장에 동의한다는 응답(33.3%)을 앞질렀다. 위헌 소송을 제기하거나 법에 반대하는 자사 사주들과 사뭇 다른 태도다.
이는 보수언론 사주들이 신문법에 반대하는 이유가 ‘언론 자유’라기보다는 ‘사주의 영업 활동 자유’임을 다시 확인시켜준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사주들이 문제삼는 조항 대부분이 경영에 관한 사항이라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신문 경영에 대한 지나친 간섭이 언론의 자유로운 활동을 제약할 위험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언론의 사회적 책임을 위해서라면 일정한 규제가 불가피하다. 특히 일부 보수신문이 돈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 우리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신문이 위기에 처해 있다는 말이 많다. 위기의 핵심은 역시 신뢰를 잃어가는 데 있다. 보수언론들은 왜 신문이 독자들로부터 신뢰를 잃는지, 게다가 자사 기자 상당수도 편집의 자유와 독립 필요성에 공감하는지 반성하는 게 도리다. 신문법을 없애고자 한다면, 헌법소원이 아니라 책임있는 언론 활동으로 법의 필요성 자체를 해소하는 게 올바른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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