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26 18:31
수정 : 2006.05.26 18:31
사설
경상수지가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석 달째 적자 행진을 했다. 석 달 연속 적자는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4월에는 대외 배당금이 20억달러 넘게 빠져나가는 등 계절적 요인이 있었다지만, 적자액 15억3천만달러는 만만찮은 규모다. 1~4월을 보면, 지난해는 48억8천만달러 흑자였는데 올해는 26억5천만달러 적자다. 수치들이 주는 무게가 가볍지 않다.
경상수지가 나빠진 데는,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수출 경쟁력 저하와 유가 급등으로 말미암은 원유 도입비 증가, 여행수지 적자 확대 등이 주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나 하나가 쉬 개선되기 어려운 요인들이다. 100억달러대 흑자 달성은 물건너 간 듯하다. 연간으로는 흑자를 낼 것이란 전망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일부 비관론자는 적자로 돌 수도 있다고 본다.
물론 경제기초(펀더멘털)에 문제가 생긴 듯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 경상수지는 경제 건전성을 판단할 여러 지표 중 하나일 뿐이다. 흑자를 많이 낸다고 반드시 좋은 것도 아니다. 환율이 급락세를 타는 요즘 상황에선 흑자액이 좀 주는 게 좋을 수 있다. 환율 안정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외환보유액이 4월 말 기준으로 2229억달러에 이를 정도로 여유 있어 경상수지가 몇 달 적자를 낸들 외환 사정에 영향 줄 것도 없다.
그렇지만 낙관할 일도 아니다. 적어도 98년 이후 8년 동안 이어져 온 대규모 흑자시대가 마감하는 미묘한 시기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게다가 경상수지 측면에서 우리 경제는 취약한 구조를 안고 있다. 연간 400억달러가 넘는 원유 도입비를 줄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유가가 배럴당 5달러만 올라도 50억달러 가까운 수지 악화 요인이 생긴다. 유학비를 포함한 여행수지는 다달이 10억달러 안팎의 적자를 내며 계속 늘고 있다. 적자 요인을 바닥에 깔고 수출로 메우는 형국인데, 그나마 수출 증가율이 하반기에는 한자릿수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어느 정도의 흑자 흐름은 이어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경제전문가들은 말한다. 우리처럼 대외 의존도가 큰 나라는 더욱 더 그러하다. 정부가 경상수지 흐름을 세밀히 살피고 필요하면 대책도 세워야 할 때다. 대규모 흑자에 기대 서둘러온 외환자유화 정책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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