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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5.30 20:36 수정 : 2006.05.30 20:36

사설

숨 쉬고 물 마시고 먹거리를 먹을 때 우리는 흔히 정부가 정한 환경(허용) 기준치를 떠올린다. 오염물질이나 첨가물이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면 우리는 안심한다. 따로 기댈 것도 없지만, 정부의 기준은 일상생활의 안전성 판단 기준이 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 기준은 우리와 2세의 건강을 지키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하대 임종한 교수와 미국 국립 독성물질 및 질병등록본부 연구진이 함께 연구한 결과를 보면, 기준치 이하에서도 대기의 오염도에 비례해 산모는 미숙아를 낳는 경우가 많았다. 특히 오염도가 높은 상위 25%에 노출된 산모와 하위 25%에 노출된 산모의 미숙아 출산율은 무려 25%의 차이를 드러냈다. 우리의 임신부는 특별한 건강상의 문제가 없어도, 단지 오염된 공기를 마시는 것만으로 미숙아를 낳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 대기환경은 미국이나 영국, 가까운 일본보다 훨씬 열악하다. 2004년 기준으로 수도권의 미세먼지 농도는 뉴욕의 3배, 런던의 2.5배, 도쿄의 2배에 이른다. 질소산화물 역시 1.2~1.7배에 이른다. 그 결과 정상적으로 태어난 아이도 넷 가운데 하나가 아토피로 고생하는 등, 많은 아이들이 천식, 성장발육 장애, 과잉행동 증후군 등 면역 체계나 내분비 체계에 이상을 안고 태어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한 탓인지 정부는 국민건강을 중심에 둔 환경보건 정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겠다고 강조해 왔다.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환경 요인들을 없애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2015년을 목표로 대기환경개선 10개년 종합계획을 추진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정책의 기본이 되는 대기환경 기준은 선진국에 비해 형편없이 느슨하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도 받아들이지 못한다.

요즘 정부는 저출산 대책 마련에 부산하다. 그러나 숨쉬는 것만으로 미숙아를 낳을 수 있다면, 누가 아이를 낳으려 할까. 건강한 아기를 낳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출산율 높이기만큼 중요하다는 사실을 당국은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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